[3기 신도시 가보니] "강남, 과천으로 확산되는 호재" VS "강남 대신 과천 코 깨져"

2018-12-23 14:51
  • 글자크기 설정

"중장기적으로 '호재'…GTX 대환영"

"재건축 분위기 안 좋아…도로 교통난 먼저 해결해야"

"과거 천편일률적으로 토지보상 안 해…두배 이상 받기도"

국토교통부는 과천시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원 47만평에 7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사진은 3기 신도시로 선정된 과천시 과천동 일대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




"강남이 과천으로까지 확대되는 거라고 봐요. 조용하기만 한 이 지역에 앞으로 활기가 돌지 않겠어요? 안 그래도 교통이 엉망이었는데 GTX-C가 들어온다고 하니까 기대가 커요. 중장기적으로는 호재죠." (과천시 과천동 중개업소 대표)
“1만 가구도 채 안 넣으면서 과천에 신도시를 붙인 이유가 뭐겠어요? 이번 대책서 강남 집값에 영향을 미칠 곳은 과천뿐이니, ‘구색 맞추기용’이죠. 더군다나 강남순환고속도로 생기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과천 시민들 교통난에 허덕이는데 7000가구를 더 넣는다니 환장할 노릇이네요." (과천시 중앙동 주민)

지난 주말 방문한 과천은 앞서 택지유출의 광풍이 한차례 휩쓸고 가서 그런지 이번 3기 신도시 지정에 "그럼 그렇지" 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신도시 지정을 보는 시선은 엇갈렸다. 한편에서는 ‘과천의 재도약을 위한 기회’라는 기대감에 잔뜩 부푼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강남 대신 과천 코만 깨지게 생겼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국토교통부는 과천시 과천동, 주암동, 막계동 일원 47만평(155만㎡)에 70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대책을 통해 발표된 지역 중 과천에 대기수요가 가장 많을 것으로 점친다.
 

과천시 일대 지역주민센터에는 'GTX-C노선 정부청사역 확정'이라는 플래카드들이 붙어 있었다. 지역주민들은 GTX가 들어오는 데 환영하면서도 사당으로 나가는 도로교통난 해결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과천동 주민센터 모습. [사진=윤주혜 기자 ]


◆ "서초구 편입 효과…갈현동도 10년 걸렸는데 쉽겠냐"
과천을 3기 신도시로 지정한 것이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강남으로 편입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과천동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서초구에 편입되는 효과, 즉 강남의 확산으로 볼 수 있다”며 “지금은 개발이 너무 억제돼, 활력이 없다. 과천은 지금 노인들의 천국이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라고 본다”며 “향후 과천이 격변할 것이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이번 택지지정을 계기로 토지시장이 들썩이는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시장의 반응이 매우 조용한 편이다”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땅이 택지로 지정돼, 거래할 수 있는 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중개업소 대표들 사이에서 ‘무너미’라고 통하는 선바위역 2번 출구 뒤편과 막계동 등은 택지로 지정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개발 속도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과천동 양 옆에 있는 갈현동과 주암동의 개발 속도가 더딘 편이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갈현동에 8359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지식정보타운공공주택지구가 지정된 뒤, 현재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 주암동 일대에 5701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 조성 계획이 승인됐었다.

중개업소 대표는 “이번에 지정된 택지들이 갈현동, 주암동과 조화롭게 개발되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갈현동은 개발되기까지 12년이 걸려, 이제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지정된 지역들도 개발이 완료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과천동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순수 전답 토지주들은 경사 났다”며 “주암동과 갈현동의 사례를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토지를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1.5배 혹은 1.7배로 보상금액을 산정하지 않았다. 두 배 이상 받은 곳들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커피숍 등 해당 지역에서 생계를 꾸리고 있던 임차인들은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토지 가격은 꾸준히 올라 길가는 400~500만원 수준, 맹지는 250~300만원 수준에 거래됐다는 주장이다. 
 

과천역 주변 일대는 재건축 사업이 한창이었다. 사진은 과천주공 1단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현장. [사진=윤주혜 기자 ]



◆ 교통대책 눈가리고 아웅…"기존 지역 구도 심화될까 걱정"
이번 택지지정에 과천 지역의 반응이 그나마 차분한 것은 GTX 등을 중심으로 한 교통대책을 환영하는 주민들이 많아서라는 평이다. 중앙동 주민은 “과천에서 사당이나 양재로 나가기가 너무 안 좋다”며 “강남 집값 잡겠다면서 과천을 타깃으로 한 것에 부글부글 끓다가도 GTX로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만도 상당했다. 또 다른 중앙동 주민은 “도로교통체증 먼저 빨리 해결해야 한다”며 “신도시 지역만 발전하고 기존 지역은 낙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과천역 주변 일대는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주공 1·2·6단지는 재건축이 진행 중이고 8·9단지는 재건축 추진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0단지는 최근 투표를 통해 재건축 반대로 의견이 모아져, 당분간 사업 추진은 중단될 전망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이 지역에는 연세 있는 분들이 대부분이어서 재초환 부담 때문에 재건축 반대 여론이 짙다”며 “9·13 이후 재건축 단지에 대한 매수 문의도 아예 사라져 거래도 뚝 끊겼다”고 상황을 전했다.

반면, 전월세 전입은 활발한 편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아파트 소유주들이야 집값 잡자는 정부 대책을 반길 리 만무하지만 임차인들은 분양에 대한 기대감이 솟아올랐다”며 “집주인과 임차인의 반응이 천차만별이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