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이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남 함안 아라가야 추정왕성지와 함안 말이산 고분 13호분 발굴조사에서 가야문화권에 대한 유의미한 조사 성과가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6월 최초로 확인한 아라가야 추정왕성지를 추가 발굴 조사한 결과, 망루‧창고‧고상건물‧수혈(구덩이)건물, 집수지 등, 군사시설로 보이는 건물지가 다수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또 목책의 둘레와 설치 깊이, 토성벽 축조기법과 관련한 정보를 확인하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왕성의 내부 공간구조와 가야 토성의 축조기법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건물지는 모두 14동으로, 수혈건물지 12동과 고상건물지 2동으로 중앙에 빈터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분포하고 있어 왕성 내부의 공간배치에 대한 기획이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7호 건물지는 길이 8×6m의 대형건물지로 내부에서 다수의 쇠화살촉(철촉)과 작은 칼(소도자), 말발걸이(등자) 등이 발견됐는데, 조리시설이 없는 것으로 보아 창고로 추정된다.
다른 수혈건물지에서도 쇠화살촉과 쇠도끼(철부), 비늘갑옷(찰갑) 조각, 토기받침(기대) 조각, 기호가 새겨진 손잡이잔(파수부배) 등, 일반적인 집자리나 건물지에서는 출토되지 않는 유물들이 다수 발견됐다. 수혈건물지들은 철제무구로 무장한 군사집단이 왕성을 방어하기 위해 상시적으로 거주했던 시설로 추정된다.
바닥을 땅 위나 물 위에 높게 설치한 건물인 고상건물지는 망루와 대형건물지가 발견됐다. 망루는 규모 4.5×4.5m, 기둥구멍의 지름과 깊이가 약 1m로 상당한 높이의 시설로 추정된다. 대형의 고상건물지는 규모 약 30×6m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야지역 고상건물지 중에서는 큰 규모다.
토성 내부에서 일반적인 생활유적에서 확인되지 않는 무구류와 건물지가 다수 확인돼 왕성지 내부에 군사집단이 상주했고 이들이 일반인과 구별되는 공간에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함안군과 함께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이 조사 중인 함안 말이산 고분(사적 515호) 13호분에서는 붉은 안료를 바른 구덩식 돌덧널무덤의 벽면과 125개의 성혈(돌의 표면에 별을 표현한 구멍)이 새겨진 덮개돌이 확인됐다.
말이산 13호분은 말이산 주능선(길이 1.9㎞) 중앙지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봉분 규모가 지름 40.1m, 높이 7.5m에 달하는 아라가야 최대급 고분이다. 이번 발굴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18년 야쓰이 세이이쓰에 의해 유물 수습정도로 조사된 이후 100년만에 실시된 것이다.
돌덧널 내부 붉은 안료는 네 개의 벽면 전체에 발려 있는 가운데, 벽면을 점토로 바르고 그 위에 붉은 안료로 칠한 것이다. 붉은 안료를 입힌 고분은 돌방무덤에서 주로 확인되고, 가야지역에서는 돌방무덤인 경남 고성군 송학동 1B-1호분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지만, 시기적으로 앞서는 돌덧널무덤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돌덧널은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의 최대급 규모로 도굴갱에서 수습된 유물의 연대로 보아 5세기 후반대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고, 앞으로 가야사 연구에 상징적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별자리는 돌덧널을 덮은 덮개돌 아랫면에 125개가 새겨져 있고 크기와 깊이는 각각 다르다. 서로 다른 별자리의 크기는 별의 밝기를 의미한 것으로 추정된다. 별자리가 새겨진 면을 주인공이 안치되는 돌덧널 중앙부에 배치한 것을 보면 무덤 축조 당시 의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별자리는 청동기 시대 암각화에서 주로 확인되는 가운데, 무덤에 별자리를 표현한 경우로는 고구려 고분벽화가 있다. 별자리가 표현된 위치를 보면 고분의 덮개돌 윗면에 드물게 있었지만, 돌덧널 안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가야무덤에서 발견된 사례 역시 처음으로 옛 아라가야인들의 천문 사상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재청은 가야문화의 실체 규명을 위하여 기초연구, 발굴조사, 유적 정비, 문화재 지정과 세계유산 등재 등 기반 조성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온 가운데 내년부터는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가시적 성과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