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동차 회사 르노가 일본 제휴사인 닛산에 가능한 한 빨리 주주총회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티에리 볼로레 르노 최고경영자(CEO) 대행은 지난 14일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속한 주총 소집을 요청했다. 볼로레 CEO 대행은 닛산 이사회와 르노·닛산과 교차지분 관계로 얽힌 독일 자동차회사 다임러 수장, 몇몇 프랑스 정부 관리들에게 함께 보낸 이 서한에서 닛산의 기소가 최대 주주인 르노와 두 회사 연합의 안정성에 '상당한 위험'이 된다며 특별 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일본 검찰은 지난주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과 그레그 켈리 전 대표이사와 함께 닛산 법인을 정식 기소했다. 곤 전 회장 등은 금융상품거래법 위반(유가증권보고서 허위 기재)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수년간 곤 회장의 보수를 수십억 엔 적게 기재한 게 문제가 됐다. 앞서 닛산은 곤 전 회장 등이 같은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지 사흘 만인 지난달 22일 곤과 켈리를 해임했다.
블룸버그는 르노의 주총 소집 요청이 르노·닛산·미쓰비시(미쓰비시는 2016년 합류) 얼라이언스(연합)의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업계에서는 닛산이 곤 전 회장 사태를 계기로 르노와의 관계를 바로 잡으려 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에 따라 르노의 주총 소집 압력은 닛산의 최고경영진 장악, 지분관계 재정립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닛산은 르노보다 연간 60%나 많은 매출을 올리지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에서는 르노가 임원 지명 등과 관련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두 회사가 각각 절반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지만, 닛산이 가진 르노 지분은 15%로 르노가 보유한 닛산 지분 43.4%에 못 훨씬 못 미친다.
게다가 닛산의 르노 지분은 의결권이 없지만, 르노는 닛산 지분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또한 르노는 프랑스 정부를 든든한 배경으로 삼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15%로 이중의결권을 행사한다.
프랑스 정부는 그동안 곤 전 회장을 통해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통합 강화를 주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프랑스가 닛산과 미쓰비시를 장악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