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법원이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보석(보증금 조건부 석방)을 허용하면서 미·중 갈등의 새 불씨로 떠오른 화웨이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은 이날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돼 구금 중인 멍 부회장에 대한 보석 결정을 내렸다. 변호인 측에서 멍 부회장의 고혈압 등 건강 문제를 제기하며 캐나다 내 자산 등을 근거로 도주 우려가 낮다고 법원을 설득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법원은 멍 부회장에게 내년 2월 6일에 다시 법정에 나오라고 명령했다.
보석 결정이 나자 멍 부회장은 눈물을 터뜨리고 방청객들이 환호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멍 부회장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의 딸로 실질적인 후계자다. 지난 1일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캐나다 당국에 체포됐다. 멕시코로 가기 위해 밴쿠버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려던 중이었다. 그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관련한 금융거래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도주 위험이 크다며 캐나다에 멍 부회장의 보석 불허와 신병인도를 요청해왔다. 멍 부회장이 미국에서 관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으면 최대 3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멍 부회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캐나다 법원의 이번 보석 결정이 멍 부회장 신병 인도와 관련한 긴 법정 공방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캐나다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만, 범죄인 인도가 성사되기까지는 수개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당국이 멍 부회장의 신병을 넘겨 받으려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더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직접 개입 의지를 나타낸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에 "이 나라에 좋은 건 뭐든 하겠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걸 막기 위해 멍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멍 부회장을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협상카드로 쓸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