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이임사 전문] "시장에 일관된 목소리 주는데 역점 둬야"

2018-12-1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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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 10일 이임사 기재부 내부망 통해 직원들에 전송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저는 오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획재정부를 떠납니다.

오랜 기간 국가를 위해 일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합니다.
G20 정상회의와 예산안 국회통과 등
공직자로서 임기 마치는 날까지 할 일이 주어진 것도
제게는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한 줄 알고, 물러날 때를 아는 공직자가 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을 이룬 것 또한 감사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이 남아 있습니다.
아직 많은 국민들의 삶이 팍팍하기 때문입니다.

재임 중 가장 노심초사했던 부분이 일자리 창출과 소득분배였습니다.
일자리가 많이 늘지 못했고 소득분배가 크게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실직의 공포와 구직난에 맞닥뜨린 근로자와 청년,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자영업자,
나아지지 않는 경영성과에 늘 걱정을 달고 사는 기업인,
그분들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합니다.

경제 운영을 이끌었던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래도 기대하는 마음 또한 큽니다.
우리 경제는 어려움을 기회로 만드는 DNA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우리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력하였습니다.
동시에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과 대내외 리스크 관리,
혁신성장 생태계 조성과 기업 구조조정에 신경을 썼습니다.
시장과의 소통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애썼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구조개혁의 모멘텀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스럽겠지만 모두가 마음과 힘을 합쳐 구조개혁에 매진한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 번 크게 도약할 것입니다.

기획재정부가 그 중심에 서서
제 역할을 다해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우리의 책임과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만큼
직원 여러분께 몇 가지 강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께 드리는 당부의 말씀이지만,
재임 중 끊임없이 제 자신에게 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첫째,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주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합니다.

시장의 가장 큰 적(敵)은 불확실성입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시장은 스스로 사전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투자, 고용, 심지어는 위험부담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정책의 출발점은 경제상황과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입니다.
그 토대 위에서 일관되고 시장에서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경제주체들의 경제하려는 동기가 살아납니다.


둘째, 정책적 상상력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상상력에서 비전이 나오고
그 비전 속에서 실천력이 나옵니다.
상상력이 부재하면 기존의 생각과 방식을 따르게 마련입니다.
창조적 파괴는 시장에서만이 아니라 정부 안에서도 필요합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속에 형성된 기득권의 틀을 깨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두렵겠지만 분연(奮然)히 두려움을 깨고 위험을 무릅써야 합니다.
공직을 하는 보람이 여기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셋째, 공직자가 가져야 할 용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어려움은 상시화될 것입니다.
우리 경제·사회시스템이 지속가능한지 끊임없이 도전받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국민들께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인기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는 실력이 뒷받침되는 자기 중심(中心)이 서야 나옵니다.
논란과 비판이 있더라도 자기 중심에서 나오는 소신을 펴야 합니다.
소신대로 할 수 없을 때 그만두겠다는 것은 작은 용기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치는 헌신이야말로 큰 용기입니다.

헤밍웨이는 용기를 ‘고난 아래서의 기품’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과제에
기품 있게 맞서기 바랍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여러분의 헌신과 노력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밑거름입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밀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나아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제에 있어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가능합니다.
기득권을 허물어야 하고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 경제·사회 문제가 구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치권이 중심이 되어 책임있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더 가진 경제주체와 사회 지도층의 희생과 양보가 절실합니다.
언론, 노조, 대기업, 지식인들도 동참해
사회적 대타협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 경제 살 길이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지난 1년 6개월 동안 ‘우리 경제와 민생’만 보고 일했습니다.
정부 內 의견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있었지만제 일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준거(準據)틀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여러분도 저를 믿고 최선을 다해 주었습니다.
미흡한 결과가 있다면 오롯이 제 능력이 부족했던 탓입니다.

이제 저는 평범한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갑니다.
가뿐한 행장(行裝)으로 떠납니다.
제 인생의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향해 갑니다.

그 기점(起點)에 서서,
제게 주어질 자유와 빈 공간에 감사합니다.

끝으로 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너무 고생을 많이 시켰습니다.
많은 것을 요구했고, 높은 기준을 요구했습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스물여섯 차례에 걸친 간담회에서 직원 여러분을 만났지만더 많이, 더 직접 소통하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하고 여러분과의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한 분 한 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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