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뉴질랜드에 사는 동포 300여 명을 초청해 대통령 주최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한국어와 한국학, K팝, 한식 등으로 뉴질랜드에 한국을 알리고 있는 동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타향에서 각자의 재능으로 교민 사회와 현지 사회에서 활약하는 동포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짧은 이민 역사에도 우수한 재능과 성실함으로 정치, 경제, 예술,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현지인과 어깨를 맞대고 당당히 경쟁하는 동포들을 높이 평가한다"며 "앞으로도 양국 상생 발전에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이 긴 시간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양국이 추구하는 모습이 닮았기 때문”이라며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이 먼저인 나라, 아이가 걱정 없이 자랄 수 있는 나라, 다름이 틀림으로 배척당하지 않고 포용되는 나라, 우리가 추구하는 나라다운 나라이며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뉴질랜드의 모습이다”고 밝혔다. .
문 대통령은 또 “뉴질랜드는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의 자동여권심사 시행을 결정했다”며 “매우 반가운 일이다. 양국 간 관광과 인적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뉴질랜드와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대한 우리 청년들의 관심이 아주 높다”며 “현재 3천명 수준인 쿼터가 확대되어 우리 청년들이 국제무대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선 “최근 평화를 향한 한반도의 극적인 변화가 성공한다면 우리 국민들뿐 아니라 동포들에게도 큰 보람이 될 것”이라며 “조국이 평화롭게 번영할 때 동포들의 삶도 더 나아질 것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한반도,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꼭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몬드 힐러리 경을 언급하며 “우리도 한 발 두 발 전진하다 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한반도 평화의 길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면서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 국민과 재외 동포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당당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축하공연 중 한국전 참전 당시 뉴질랜드 병사들이 전해줬다는 마오리족의 전통 민요로, 우리에게 '연가'로 잘 알려진 '포카레카레 아나(영원한 밤의 우정)'를 동포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文대통령의 뉴질랜드 동포간담회 연설문 전문>
키오라! (안녕하십니까·마우리어)
한국 대통령으로서 9년만의 국빈방문 길에 동포 여러분을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4년에 우리 부부가 함께 열흘 정도 방문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만난 분들도 이 자리에 함께 계시고, 또 멀리 남섬에서도 오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단 한 번의 방문이었지만 그 때 받은 느낌은 정말 복 받은 나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동포들이 행복하게 살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한편으로는 고국이 그리울 텐데, 오늘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방문을 준비하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연가'라는 노래가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민요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의 번안곡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머나 먼 남반구의 민요가 한국까지 전해진 것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을 통해서였습니다. 당시 뉴질랜드 전체 병력이 만 명 정도였는데 그 중 6000명이 한국전에 참전하여 우리를 도왔습니다.
이분들은 지금도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치렀던 가평지역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의 제목으로 지금 양국의 공동제작 영화가 준비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고맙고도 끈끈한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려울 때 우리에게 각별한 인류애와 우정을 보여주신 뉴질랜드 국민들을 위해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동포 여러분,
뉴질랜드와 대한민국이 이렇게 긴 시간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양국이 추구하는 모습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이 먼저인 나라, 아이가 걱정 없이 자랄 수 있는 나라, 다름이 틀림으로 배척당하지 않고 포용되는 나라, 우리가 추구하는 나라다운 나라이며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뉴질랜드의 모습입니다.
양국의 교역액은 2015년 FTA를 체결한 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농업, 과학기술, 서비스업 등 협력의 폭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양국의 인적교류도 활발해져서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교민 수가 3만3000명이고, 또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우리 국민 수가 연간 10만 명에 가깝습니다.
최근에는 뉴질랜드에서도 한국 사랑이 커지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국민들은 김치버거와 양념치킨을 좋아하고, BTS, 세븐틴의 노래를 함께 부릅니다. 약 3000명의 초중등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오클랜드 대학교에서는 약 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한국학을 배우고 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지역 사회와 교류하고 협력해온 여러분의 노력으로 짧은 이민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 동포들은 뉴질랜드에 깊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의 어르신들은 음악으로 지역 사회와 사랑의 에너지를 나누고 있습니다. 한인회는 세미나, 법률 상담 등을 제공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돕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는 4선 국회의원 멜리사 리 의원을 비롯하여 세계적인 골프선수 리디아 고 선수 등 정치, 경제, 문화, 체육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오늘 특히 멜리사 리 의원님은 이곳 총독 공식 오찬장에 함께 하셨고, 오후에 국민당 대표 면담장에도 함께 하셨고, 오늘 하루 동안만 해도 세 번째 함께 해주셨습니다. 우리 멜리사 의원님을 비롯해서 뉴질랜드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교민들 스스로를 위해서 우리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다함께 박수 한 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양국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이어주고 계신 주역입니다.
정부도 여러분의 발걸음에 함께하겠습니다. 양국 간의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여러분이 더욱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뉴질랜드는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의 자동여권심사 시행을 결정했습니다.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양국 간 관광과 인적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입니다.
뉴질랜드와의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대한 우리 청년들의 관심이 아주 높습니다. 현재 3000 명 수준인 쿼터가 확대되어 우리 청년들이 국제무대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합니다. 그동안 양국 간 FTA에 따라 전문직 비자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는데,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비자를 연장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뉴질랜드 정부의 관심을 당부할 예정입니다.
농축산업 훈련 비자연장을 협의하여 농림수산업 분야에서의 교류협력도 지속되도록 할 것입니다. 지난 4월 우리와 뉴질랜드 사이에 사회보장협정 최종 문안이 합의되었습니다. 조만간 뉴질랜드 내 절차가 끝나면, 양국에서의 연금가입 기간을 서로 인정하게 됩니다. 동포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동포 여러분,
최근 평화를 향한 한반도의 극적인 변화가 성공한다면 우리 국민들뿐 아니라 동포들에게도 큰 보람이 될 것입니다. 조국이 평화롭게 번영할 때 동포들의 삶도 더 나아질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뉴질랜드의 에드몬드 힐러리 경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간단하다. 그냥 한 발 두 발 걸어서 올라갔다"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도 에베레스트에 오른 힐러리 경의 마음과 똑같습니다. 우리도 한 발 두 발 전진하다 보면 불가능해 보였던 한반도 평화의 길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동포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뉴질랜드 정부와 국민 역시 진정한 우정으로 우리와 함께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여러분, 고국의 평화, 평화의 한반도를 위해 지지하고 성원해 주시겠습니까.
반드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그리고 항구적인 평화를 꼭 해내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뉴질랜드는 참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아름다운만큼 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항상 고국을 자랑하실 수 있도록 평화의 한반도,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꼭 만들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