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가 9·13 대책 전에는 호가가 18억5000만원에 달했지만, 대책 후 17억5000만원으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16억원대로 하락했습니다. 그래도 거래가 안 됩니다. 5000만~1억원 정도 더 떨어져야 한다는 반응입니다."(대치 은마아파트 중개업소 대표)
'9·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서울 아파트값이 2주 연속 매매·전세 동반 하락했다.
22일 한국감정원은 지난 19일 조사 기준 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0.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61주 만에 하락 전환한 지난주(-0.01%)보다 낙폭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또 서울 전셋값은 같은 기간 -0.06%를 기록, 낙폭이 지난주(-0.03%)보다 2배가량 커졌다.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강남권 일대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강남권 일대의 경우 재건축 및 그간 급등세를 보인 단지 위주로 최근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들 매물은 호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 매수문의가 급감해 좀처럼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추세다.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 아파트값은 지난주(-0.07%)보다 낙폭이 확대된 -0.09%를 기록, 5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강남구는 -0.12%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하락폭이 컸고 송파(-0.11%), 서초구(-0.08%)도 전주 대비 낙폭이 확대됐다. 강동구는 지난주와 동일한 -0.03%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강남권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9·13 대책 전 호가가 18억원을 웃돌았지만 최근에는 16억원대에도 매물들이 나와 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도 마찬가지다. 전용 76㎡는 9월 19억1000만원까지 실거래가 됐으나 이달 13일 1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새 실거래가가 1억원 넘게 빠진 셈이다. 현재 동일한 크기의 아파트 호가는 17억2000만원까지 내려갔다.
잠실주공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9·13 대책 발표 후 매매가는 1억5000만원가량 떨어졌고 전세가는 4000만~5000만원 정도 빠졌다"며 "전용 76㎡ 전세가가 4억원에서 3억5000만원으로 떨어져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억5000만원에도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잠실동 '잠실엘스'도 전용 59㎡의 경우 지난 9월 15억원에 매매됐으나, 10월에는 14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낮게는 13억5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 현대'도 전용 131㎡가 9월 29억5000만원에 매매거래됐으나 현재 호가는 28억원이 대부분이다.
입주가 불투명해진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세가 하락도 가파르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84㎡ 전세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지난주만 해도 7억원대를 부르는 집주인들이 많았으나 같은 면적대가 5억5000만원까지 내려갔다"고 했다.
한편 양천구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1%로 지난 6월 둘째 주 이후 23주 만에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다. 지난주 보합세를 나타냈던 용산구는 -0.09%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떨어졌다.
또 강북권의 경우, 직주근접 수요가 지속적으로 형성되는 중구(0.05%)와 경전철 등 개발호재가 있는 강북구(0.05%) 등은 소폭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강남 4구 하락에 따른 심리위축으로 매수문의가 급감하면서 대부분 구의 상승폭은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고공 상승세가 이어졌던 종로와 동대문구는 작년 8월 넷째 주 이후 64주 만에 보합세로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올해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대출 규제, 보유세 강화, 금리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 관망세가 더욱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하락했더라도 대출이 받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금리인상 기조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매수자들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더군다나 9·13 대책 전 만연한 '강남불패' 심리도 수그러들었다. 집값 하락을 기대하는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매수 문의는 뚝 끊긴 상태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2일 기준 강남 3구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강남 113건, 서초 100건, 송파 146건 등 총 369건으로 지난달 1867건의 5분의1에도 못 미친다.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건수 또한 2654건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6월 4751건의 절반 수준이다.
잠실주공 5단지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대책 전에는 불이 활활 타오를 정도였으나 지금은 완전 냉각상태다. 대책 전후 가장 큰 차이는 거래가 안 된다는 점"이라며 "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매물이 없어서 못 팔 정도였지만 지금은 매도자들이 매물을 내놔도 살 사람들은 관망한다. 이달 매매거래가 겨우 1건에 그쳤다"고 말했다.
대책 발표 전 3.3㎡당 1억원을 코앞에 뒀던 서초구 '아크로 리버파크'도 거래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매매호가, 전세호가 모두 1억~2억원씩 떨어졌다. 문의 자체가 사라졌다"며 "그나마 전세는 최근에 1~2건 중개를 했지만, 매매거래를 못한 지는 한 달이 넘었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지방 아파트값은 이번 주 -0.06%를 기록, 3주 연속 낙폭이 확대됐다. 5대 광역시의 경우 -0.01%를 나타냈고, 8개 도는 -0.11%, 세종은 -0.08%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세종시의 경우 9·13 대책 및 입주물량 부담으로 행복도시 내에서의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낙폭이 전주(-0.04%)보다 2배가량 커졌다.
서울 일대 전셋값은 -0.06로 4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냈다.
매매시장 위축에 따른 매매수요의 전세 전환, 학군수요 등으로 일부 지역은 상승했지만 전반적으로 전세 물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면서 하락세에 머물렀다.
특히 강남 4구는 올해 말 약 950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두고 이번 주 -0.12%를 기록, 전주(-0.06%)보다 낙폭이 2배가량 늘었다.
특히 서초구(-0.21%), 송파구(-0.08%), 강남구(-0.08%)는 헬리오시티 입주 여파로 직격탄을 맞았고, 강동구(-0.16%)는 대단지 전세매물 증가 및 정비사업 이주 마무리로 하락폭이 확대됐다.
이외 지역에서는 양천구(0.03%)가 목동 학군 수요로 상승했지만 마포구(-0.28%), 용산구(-0.13%), 서대문구(-0.07%) 등 대다수 지역은 초겨울 비수기 여파와 공급 과잉 요인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 밖에 경기 지역 전셋값은 -0.08%로 지난주(-0.04%)보다 하락폭이 커졌고, 지방은 지난주와 동일한 -0.05%를 기록했다.
5대 광역시는 -0.04%, 8개 도는 -0.10%를 기록했다. 특히 울산의 경우 지역 기반산업 침체 장기화에 따른 수요가 급감하고 입주물량이 쌓이며 -0.33%로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세종은 이번 주 1.43%로 전주 대비 0.16% 포인트 상승폭이 확대됐다. 내년 2월 예정된 행정안전부 이전 등으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상승폭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