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혼인과 출산을 장려하겠다며 신혼부부 주택공급 및 대출지원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정책마다 신혼부부 요건이 달라 혼선을 빚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의 혼인기간 기준은 7년이지만 신혼부부전용 디딤돌대출은 5년이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신혼부부를 위한 정책모기지 상품인 신혼부부 전용 디딤돌대출과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의 자격 기준은 혼인기간 5년으로 제한된다. 결혼을 한지 5년 이내여야만 이들 상품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신혼부부 전용 대출 상품의 혼인기간 기준만 5년인 것이다. 이유는 예산문제다. 혼인기간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늘리면 재정이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정여건상 신혼부부 전용 대출상품의 혼인기간 기준을 7년으로 늘리기 쉽지 않다”며 “혼인기간을 7년으로 늘리면 기존 5년 이내의 신혼부부들이 대출을 못 받을 수 있어, 현실적으로 조건 확대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전용 주택 대출상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올해 1월말 출시한 뒤, 9월말 기준으로 5조8000억원이 나갔다. 신혼부부 전용 디딤돌대출과 버팀목전세대출은 각각 3조원(2만2000건), 2조8000억원(3만3000건)에 이른다.
9월부터 신혼부부 디딤돌대출의 소득제한이 6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오르고 대출한도도 2억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확대된만큼 연말까지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버팀목전세대출도 신혼부부의 경우 대출한도가 수도권 2억원, 지방 1억6000만원으로 기존보다 3000만원씩 올랐다.
문제는 혼인기간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기준에서 살짝 비껴나, 혜택을 못 받는 이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점이다. 최근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관련해서도 신혼기간에 주택을 보유한 사실이 있으면 특공 대상에서 제외하는 청약제도 개편안이 예고되자,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혼 6년차인 A씨는 “신혼희망타운은 입주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고 서울에 들어설지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대출도 막혀 서울에 특공을 넣는 것도 언감생심이다”며 “그나마 기댈 곳은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등 정책모기지 뿐인데 조건이 워낙 빡빡해서 문조차 두드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혼부부라는 기준이 애매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결혼을 앞두거나 혼인기간이 2년 이내인 부부들에게 혜택이 쏠리도록 정책을 설계해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며 “보다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