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식시장은 내년에도 큰 변동성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15% 넘게 빠진 데에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9% 가까이 추락한 영향도 컸다. 새해 주식시장을 두고 낙관론보다 신중론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18일 아주경제가 '중국통'으로 불리는 전문가 6인으로부터 들은 내년 중국 주식시장 전망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번 전망에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와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종규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이 참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무역분쟁은 변수가 아닌 상수일 공산이 크다. 무역협상 끝에 실마리를 찾더라도 언제든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는 조언이 빠지지는 않았다. 상하이종합지수는 내년 2350~330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점쳐졌다. 구체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종목을 눈여겨봐야 하겠다.
◆"중국 증시 바닥 예단하기 어려워"
중국 주식시장이 많이 빠진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이 바닥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를 찾기는 어렵다. 도리어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김영익 교수는 "중국 주식시장은 당분간 약세에서 못 벗어날 것"이라며 "적어도 2020년 상반기까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시장이 살아나기 위한 조건으로는 구조조정을 꼽았다. 그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기업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60%를 넘어선다"며 "기업회계가 투명해지면 더 많은 부채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악재다. 문제를 풀려면 구조조정이 수반돼야 하고, 여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투자심리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 이유다. 안유화 교수는 "중국 주식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해온 개인투자자가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며 "지금 지수는 중국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포심리는 투매로 이어지게 마련이라 악순환을 심화시킨다. 전병서 소장은 "무역분쟁이나 거시지표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포심리가 시장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 더 심각하다"고 짚었다. 조용준 센터장은 "이달 말 G20 정상회의를 통해 투자심리가 다소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곧장 12월이나 내년 상반기부터 다시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상하이종합지수가 더 떨어지더라도 낙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정유신 교수는 "과거를 봐도 상하이종합지수는 2000선 중반에서 바닥을 형성했다"며 "다만, 반등을 위한 동력 확보는 미·중 무역분쟁 해법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전종규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길게 보면 투자 기회"
물론 주가 추락은 번번이 기회를 제공해왔다. 더욱이 중국은 여전히 큰 변동성으로 대변되는 신흥시장에 속해 있다.
전종규 연구위원은 "정보가 상대적으로 많고, 분석이 가능한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한다"며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다가가야 하겠고, 분산투자와 위험관리는 필수"라고 말했다.
안유화 교수는 "다른 주요국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사물인터넷(IOT)이나 블록체인, 로봇, 증강현실(AR) 관련주는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와 건강, 교육, 재생에너지, 바이오 분야에도 저평가돼 있는 유망종목이 적지 않아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길게 보는 투자자가 아니라면 지금은 위험관리에 치중하는 편이 좋겠다.
조용준 센터장은 "장기 투자자라면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 매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비중을 늘리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교수는 "중국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도 있지만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며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중국보다 미국 주식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권사가 꼽고 있는 유망종목
증권사마다 내년 상하이종합지수 예상범위를 내놓고 있다. KB증권은 2360~2910선 하나금융투자는 2630~3250선을 제시했다. 가장 낙관적인 한국투자증권은 2320~3330선으로 내놓았다.
추천종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증권사도 많다.
KB증권은 무역분쟁 영향이 크지 않은 경기방어주, 시장 개방에 따른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을 대표기업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먼저 방어주로는 보험·증권업종(중국평안보험그룹, 초상은행, 화태증권, 중신증권)이 꼽혔다.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살아남을 대표기업으로는 중국국제여행과 귀주모태주, 해천미업, 항서제약, 신주국제그룹홀딩스가 제시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배당주(상해자동차, 중국석화, 건설은행)와 소비고도화주(항서제약, 우시바이오, 메이디그룹, 중국국여), 부동산주(만과A), 5세대(5G) 이동통신 수혜주(대족레이저, 중흥통신, 봉화통신), 전기차주(비야디, CATL)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하나금융투자는 1등주 전략을 추천하고 있다. 업종별로 1등 기업에만 투자하라는 얘기다. 물론 산업 규제나 정책 변화는 1등 기업에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 1등주는 시장지배력이나 브랜드 선호도를 등에 업고 점유율을 늘려왔다.
주요 증권사 역시 미·중 갈등을 가장 큰 변수로 꼽고 있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불확실성과 변동성, 가능성이라는 세 키워드가 중국 주식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둔화가 가시화될 것이고, 무역협상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미·중 무역분쟁 탓에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내년 중국 주요기업 성장률은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철강과 화학, 에너지 산업 기여도가 2016년 이후 꾸준히 커졌지만, 내년에는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주식시장이 뚜렷하게 회복세로 돌아서려면 무너진 투자심리부터 되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