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주가 추락이 심상치 않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애플은 5.04% 떨어진 194.17달러(약 22만원)로 마감했다.
안 그래도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인상, 글로벌 경제 둔화 신호 등으로 투심이 불안해진 상황에서 '대장주' 애플의 추락은 시장을 무겁게 짓눌렀다. 12일 다우지수가 2.3% 급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낙폭은 2.8%까지 확대됐다.
애플이 흔들리는 것은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다. 애플은 올해 10~12월 매출 전망을 890억~930억 달러로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애플이 앞으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수요 둔화를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됐다.
미국 증권사들은 애플에 잇따라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12일 JP모건은 중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의 거시경제 환경 악화를 이유로 올해와 내년 아이폰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믹 채터지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주당 순익이 2센트 줄어들 수 있다면서, 애플의 목표주가를 종전의 270달러에서 266달러로 낮추었다.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 조정이다. 다만 투자 의견은 ‘매수’로 유지됐다.
지난주 로젠블렛증권은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종전의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로젠블렛 증권의 준장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판매가 인상 전략에도 불구하고 수요 감소 영향을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애플 목표주가를 200달러로 제시했다.
이달 2일에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의 웜시 모핸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성장 둔화를 전망하면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었다. 1년 후 목표주가 역시 주당 235달러에서 220달러로 내려잡았다.
애플 납품업체들도 속속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아이폰용 얼굴인식 부품을 제작하는 미국의 루멘텀 홀딩스는 올해 10~12월 순익 전망치를 무려 25%나 낮춰 제시했다. 대형 고객사가 주문을 대폭 줄였다는 이유에서다. 루멘텀 홀딩스는 고객사의 이름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시장은 해당 고객사가 애플일 것으로 추정했다. 루멘텀 홀딩스는 이 여파로 12일 주가가 33% 곤두박질쳤다.
애플이 보급형으로 내놓은 아이폰XR의 수요 둔화 신호는 더 구체적이다. 아이폰XR에 LCD 스크린을 납품하는 일본 디스플레이는 LCD 주문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내년 3월로 끝나는 2018/19 회계연도 순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애플은 스마트폰 조립업체 폭스콘과 페가트론에도 아이폰XR 제조라인 축소를 요청했다고 지난주 니혼게이자이는 보도했다. 폭스콘은 당초 아이폰XR을 위해 제조라인 60개를 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45개 라인만 가동 중으로 전해졌다.
아이폰XR은 애플이 올해 공개한 신형 아이폰 3종(XS, XS맥스, XR)의 출하량 중 약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XR의 수요 둔화 신호에 투자자들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애플은 성장 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물건을 덜 팔되 비싸게 팔며,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판매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다.
그러나 애플의 이 같은 전략이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상당하다고 앙상블자산운용의 아리프 카림 선임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지적했다. 애플의 최근 주가 부진은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는 게 카림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