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손보는 올해 초 주주총회를 통해 김정남 현 사장의 세 번째 연임을 확정했다. 2010년 5월 처음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된 김 사장은 DB그룹 역사에 남을 장수 CEO이자, 금융그룹의 '키맨'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1979년 DB그룹의 전신인 동부그룹에 입사해 경력을 쌓아온 모태 'DB(동부)맨'이다. 1984년부터는 DB손보(옛 동부화재)에 근무하면서 영업부터 지원, 보상, 신사업을 모두 섭렵해 보험전문가로 성장했다.
현재 DB그룹의 지배구조에서 DB손보는 중심축 역할을 맡고 있다. DB손보가 금융투자, 생명, 캐피탈 및 손해사정사 등을 직접 지배하고 있으며 금융투자를 통해 자산운용과 저축은행도 간접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2013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일가가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DB손보 주식 상당수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담보로 잡힌 DB손보 지분은 2014년 말 25.99% 수준까지 치솟았다.
김 사장 등 DB손보 경영진이 주가를 방어하는 데 성공했기에 다행이지, 급락했다면 오너가의 지분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이 경우 DB그룹의 지배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위기가 닥친다.
다른 측면에서 김 사장은 '포스트 키맨'인 오너 2세 김남호 DB손보 부사장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부사장은 지난해 초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 초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승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09년 그룹 입사 후 동부제철·동부팜한농·DB생명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지난해부터는 DB손보에서 마지막 경영수업이 한창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승계를 위한 경영수업이 한창인 상황에서 오너가의 의중을 꿰고 있는 김 사장이 핵심계열사를 맡아 오너 2세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그룹의 믿을맨 역할을 묵묵히 담당한 데 이어 차세대 리더 육성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