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이 기술이전 강요를 비롯한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제안을 하지 않는 한 무역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양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이같은 교착상태 탓에 다음달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다음달 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회담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율 인상 계획이 보류되길 기대해왔다. 새 폭탄관세 표적엔 처음으로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미국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은 9월 중순 이후에도 미국에 협상 재개를 요청했지만, 데이비드 맬퍼스 미국 재무부 차관이 중국의 공식적인 제안이 있을 때까지 협상을 재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이 (G20 정상회의 내 회담이) 의미 있는 만남이 되길 바란다면, 사전준비가 필요하다"며 "그들이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으면, 결실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관리들은 중국 정부가 협상 재개를 위해 미국에 공식적인 제안을 하는 데 따른 위험이 크다는 지적했다. 입장을 미리 드러내 협상에서 처음부터 열세에 처할 수 있는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제안을 트위터나 성명으로 미리 공개해 중국의 양보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중국이 이같은 우려를 하는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고 지적했다. 1999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이 한창일 때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주룽지 당시 중국 총리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제안에는 대폭적인 양보와 함께 중국 경제를 재편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이 뒷걸음질치지 못하게 이를 공개해버렸다. 이 결과, 주 총리는 중국에서 강경파의 표적이 됐고, 몇 달간 더 이어진 협상에서 중국은 처음 제안한 것과 비슷한 내용의 합의를 수용해야 했다.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대사는 WSJ와 한 회견에서 "먼저 자리에 함께 앉는 게 중요하다"며 중국은 구체적인 제안을 하기 전에 협의를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전 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대표들이 중국의 제안을 수용하는 듯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중국이 협상을 질질 끌다가 미·중 정상회담 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받아내려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리는 이같은 합의가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의미없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중국 관리들이 신중한 회담 준비로 정평이 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직감을 믿는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