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협업' 손내미는 중국, '기술 유출' 망설이는 현대차

2018-10-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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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굴기 선언한 中, 다양한 채널 통해 수소차 협력 제의"

'기술 유출 우려'에 섣부른 협력 경계

타입4 방식 탱크 규제하는 中… "배터리와 마찬가지의 보호무역주의"

현대자동차 넥쏘[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수소차 굴기’를 선언한 중국 정부가 현대자동차에 기술 협력을 위한 러브콜을 보냈다.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선보인 현대차의 기술력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다. 앞서 중국은 2030년까지 100만대의 수소차를 보급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중국 정부차원에서 여러 채널을 통해 수소차 관련 기술협력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1월 중국 베이징 영빈관에서 열린 ‘중국 전기차 100인회’ 연례포럼에서 완강(萬鋼) 중국 과학기술부 장관은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에 대해 “최고의 수소차”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 정부 차원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으나 정작 현대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의 협업 제안이 일방적인 기술지원을 강요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 입장에선 중국시장 판매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요구를 오롯이 묵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해야 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현재 중국 정부차원의 협업요구는 거의 기술지원을 강요하는 수준”이라며 “자칫 기술만 빼앗기는 결과가 나올까봐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 6월 29일 중국에서 열린 ‘제1회 한·중 기업인 및 전직 정부 고위인사 대화’(기업인 대화)에서 “현대차는 중국 내에서 수소차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며 “현지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경쟁하는 과정이 공정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의 고민이 깊은 이유는 또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에 가로막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수소차를 중국에 수출할 수 없는 상태다. 실제 현대차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 수출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중국에는 수출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우리가 만드는 '타입4' 방식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삼성과 LG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방식의 보호주의”라고 꼬집었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의 핵심기술 중 하나는 타입4 방식의 수소탱크인데, 중국에선 연료탱크를 '타입3' 방식으로 적용토록 제한하고 있다.

수소탱크는 라이너의 소재에 따라 타입3(알루미늄)와 타입4(고강도 플라스틱)로 나뉜다. 현대차는 2014년 첫 수소차인 '투싼ix'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넥쏘'에 모두 협력사인 일진복합소재에서 개발한 타입4 방식의 수소탱크를 탑재하고 있다.

타입4 방식의 탱크는 뛰어난 안전성을 기반으로 현대차의 수소차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장(상무)은 “어느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우리 수소탱크처럼 설계를 하지 못해 충돌 시험 등에 제약이 많다”며 “현대차는 수소탱크기술을 토대로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무리하게 타입3 방식의 탱크를 적용할 경우 현대차의 기술 리더십이 퇴색될 뿐 아니라 표준화 경쟁에서도 밀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수소차 분야에서 과도한 산업보호주의를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가 글로벌 수소차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고심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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