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중소형 빌딩전쟁] "100억 빌딩, 매물이 없다"…강남역·역삼역 등 주요 역세권 투자 현황은?

2018-10-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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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변과 8m 이상 떨어진 2·3종 일반주거지역 일대에 70억~100억원 빌딩 밀집

개인 단위 매입 문의 이어지지만 매도자들 "안 팔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근 한 중소형 빌딩 전경. [사진=윤지은 기자]


"최근 명동이나 홍대 일대 빌딩 시장은 다소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강남역 일대 중소형 빌딩은 아직 건재하다 볼 수 있습니다. 개인 단위의 매수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는데, 매도자들이 아예 가격을 맞춰줄 생각이 없습니다. 입지가 좋은 곳의 주인들은 자식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도 강하구요." - 역삼동 W빌딩 관리소장.

최근 서울 강남권 일대 100억원 미만 중소형 빌딩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 거래가 적극적으로 성사되진 않지만, 사실상 부동산 시장에 있어 가장 금액대가 높은 상품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은 분명 예사롭지 않다.
이 같은 시류 흐름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강남권 빌딩 시장은 단연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역삼역 일대다. 이들 지역은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로 태헤란로를 축으로 격자형의 도로망이 구축돼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주요 오피스 및 빌딩 건물이 밀집해 상당한 유동인구를 확보하고 있다.

다만 강남역에서 동측인 역삼역 부근으로 멀어질수록 중소형 빌딩의 가격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강남역은 직장인, 학생 및 경부고속도로 축 도시들의 수요층까지 흡수하는 광역 상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역삼역 일대는 사실상 오피스 수요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상권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역 인근 J빌딩 관리사무실 실장은 "강남역의 경우 이면도로 부근이라 해도 50억~100억원 수준의 건물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최소 100억원은 넘어야 한다"며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에도 이들 물건에 대한 매수 문의는 있었지만 최근 그 빈도가 부쩍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 워낙 요지에 위치해, 매수자가 호가를 20~30% 가까이 올리지 않는 이상 주인들이 굳이 팔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삼역 일대 M빌딩전문 중개법인 관계자는 "강남역부터 역삼역의 경우 대로변 8m 도로 일대는 소위 50억원 안팎 수준의 '꼬마 빌딩'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100억원 미만 수준의 5층 정도 빌딩을 구하기 위해서는 역삼역 일대는 이면도로, 강남역은 삼면도로까지는 들어가야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강남역 일대 대로변에는 5층 안팎의 빌딩이 많지도 않지만, 있다 하더라도 대지면적 3.3㎡당 3억~4억원 선을 호가한다. 이후 테헤란로를 따라 동측으로 갈수록 이 금액이 2억원, 1억5000만원 정도 선으로 떨어진다. 반대 방향인 교대역 방면으로 갈 때도 이와 비슷한 가격이 적용된다.

이들 빌딩은 대체로 용도지역 상 상업지역에 위치해 이 가격 이하로는 절대 거래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꼬마 빌딩이 아닌 셈이다.

70억~100억원 규모의 중소형 빌딩을 볼 수 있는 곳은 일대 이면도로 부근이다. 보통 이들 지역은 2·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고, 입지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대지면적 3.3㎡당 최소 7000만원 수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보통 중소형 빌딩의 규모를 330㎡(100평) 기준으로 잡는다면 이는 약 70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원빌딩중개에 따르면 역삼동 선릉 일대 327㎡ 규모 6층 빌딩의 경우 지난달 82억원 수준에 거래가 이뤄졌다. 또 일대 이면도로 부근의 301㎡ 규모 5층 빌딩은 지난 7월 10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역삼동 B빌딩전문 중개업소 관계자는 "역삼동 이면도로 부근의 경우 최근 3~4년 동안 3.3㎡당 4000만원 선에서 7000만~8000만원까지 뛴 중소형 빌딩이 많다"며 "이는 지가 상승에 따른 점도 있지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대 빌딩 가격을 밀어올린 탓도 크다. 또 고가 아파트 소유자가 자연스레 소형 빌딩에 관심을 갖는 수순을 밟게 되는 점도 한 몫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게다가 매도자들이 매물을 좀처럼 내놓지 않는 점도 일대 빌딩 가격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100억원 안팎 수준의 자산을 형성한 사람들이 굳이 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 게다가 매매 시 양도세 부과에 이것저것 부대비용을 합치면 족히 30%가 넘는 손실분이 생기는데 이를 감수할 주인이 누가 있겠는가. 때문에 어느 부동산 상품군보다도 증여가 활발히 발생하는 시장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김현섭 원빌딩 팀장은 "9·13 대책 여파로 고가 주택으로 향하던 부동 자금이 꼬마 빌딩으로 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투자에 나설 경우 역세권에 위치하고 공실률이 낮은 물건인지 여부를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며 "또 건물에 주택 부분이 50% 이상일 경우 주택으로 간주되는 만큼 다주택자의 경우 대출을 받을 수 없다. 향후 50% 이상 근린생활시설이 차지하고 있는 건물들의 희소가치가 부각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문소임 리얼티코리아 수석연구원은 "아파트에 대한 규제로 빌딩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수요층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 계층이 곧바로 빌딩 시장으로 흡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단적으로 빌딩은 아무리 가격이 낮아도 30억원 대다. 실질 구매 능력을 갖춘 수요층이 한정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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