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당국의 규제가 계속되고 있고 레버리지 축소를 위한 당국의 관리·감독 강화 등의 영향으로 자금조달의 문턱은 높아지면서 '호황'을 누리던 중국 부동산개발업체도 흔들리고 있다. 21세기경제보도는 중국 부동산업체가 4년래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오는 2019~2020년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는 설명이다.
퉁처(同策)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40여 곳 중국 부동산 상장사의 자금조달액은 443억1100만 위안에 그쳤다. 이는 시장이 크게 부진했던 '검은 5월'의 451억1700만 위안을 밑도는 연내 최저치로 직전월인 8월의 602억7300만 위안과 비교해 무려 26.48%가 감소한 것이다. 신문은 지난 5월 이후 중국 부동산업체의 자금조달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7월과 8월에 소폭 회복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올 1~4월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봄날'이 끝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9월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의 자금조달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자금 조달' 문턱이 크게 높아진 현실을 확실히 엿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일반적인 조달수단은 회사채 발행으로 9월 총 215억6900만 위안을 기록해 전체의 48.68%를 차지했다. 8월과 비교해도 9.81%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다른 수단을 통한 자금조달은 쉽지 않다. 기타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은 130억400만 위안으로 지난달과 비교해 무려 35.16% 급감했다. 국내은행 대출은 56억4300만 위안으로 42.28% 줄었다. 신탁대출은 55.06% 감소해 39억300만 위안을 기록했고 중기어음이나 해외은행 대출 등을 통한 융자는 없었다.
◇ 높아진 문턱에 부채는 증가, 부동산 판도 달라지나
자금조달 문턱이 높아짐과 함께 3분기 들어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매출도 둔화세를 보이면서 일부 기업의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신호로 중국 부동산 시장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던 지난 2008년 당시 선두권 기업이었던 자오상서커우(招商蛇口), 푸리(富力) 등이 뒤로 밀리고 헝다(恒大), 비구이위안(碧桂園) 등이 급부상한 것을 사례로 언급했다. 당시 요동치는 시장 속 생존을 이끈 지표는 순부채율로 부채가 높았던 기업이 도태됐다는 설명이다.
중국 당국의 디레버리징 의지에 따라 전반적으로는 부채율이 급감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높아진 자금조달 문턱과 매출 부진으로 부채율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한 기업도 상당수다.
올 상반기 란광(藍光)발전의 순부채율은 115.6%로 지난해 말 대비 무려 22%p가 급증했다. 푸리부동산의 자금 상황도 악화일로다. 올 상반기 순부채율은 187.5%로 지난해 말 169.6%와 비교해 17.9%p 불어났다. 중국 거물급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도 '높은 부채율'에서 예외가 아니다. 헝다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부채율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부채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올 상반기 기준 순부채율이 127.3%로 여전히 높았다.
반면 헝다와 경쟁하는 완커(萬科)와 중하이(中海)부동산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채율을 보여 주목된다. 이들 기업이 향후 중국 부동산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올 상반기 기준 완커의 순부채율은 32.7%로 업계 기준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1595억5000만 위안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하이부동산의 상반기 순부채율도 28.1%에 그쳤다.
◇ 어렵지만, 고군분투...해외 공략, 지분투자 유치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고 상황이 어려울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부동산개발업체의 치열한 '돈 모으기' 경쟁은 오히려 뜨거워지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경영권을 다소 양보하고서라도 투자를 받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중위안(中原)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이미 다수의 부동산개발업체가 새로운 자금조달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섰다. 10월 들어 최근까지 중국 부동산개발업체가 공개한 자금조달 계획의 규모만 수백억 위안에 이른다. 시장에서의 조달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최근 환율도 요동치고 있지만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확보하겠다는 수요가 강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략적 협력과 지분투자 등의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도 있다. 중국 9대 부동산개발업체인 화샤싱푸(華夏行福)는 올 초 둥위안(東原)그룹, 양광청(陽光城) 등과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올 4월에는 핑안(平安)자산관리공사에 지분 19.79%를 내주고 137억7000만 위안을 확보했다. 해당 거래로 핑안자산은 화샤싱푸의 지분 19.88%를 확보, 2대주주로 부상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톈진 사업부를 접었고 주식이전, 감원, 자산이전 등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9일 화샤싱푸는 완커와 4개 대형 부동산개발 사업에서 협력을 하기로 하고 관련 4개 기업 지분 65~80%를 완커에게 양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