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칼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2018-10-15 13:44
  • 글자크기 설정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최근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장난감 회사 토이저러스(Toysrus)가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판매에 중점을 두었던 토이저러스는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을 통한 쇼핑으로 이동해 가면서 중심을 잃었다. 아이들의 장난감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으로 이동하면서 토이저러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게 된 것이다.

일본 대형 필름 회사인 코닥(Kodak)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시장이 옮겨가고 있을 때,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사업을 전환하지 않아 몰락하게 됐다.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교재는 ‘인쇄된 책’이 아닌 디지털 교재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초등학교에 디지털 교과서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처음부터 디지털 세상에 태어난 이들을 디지털 세상의 원주민이라 하여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라고 칭한다.

아날로그 세상에 태어났지만, 디지털 세상으로 바뀐 세상에 적응해온 세대가 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 디지털 세상으로 이주해 왔다고 해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s)’라고 부른다. 지도책이 아닌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고, 시계 알람이 아닌 스마트폰 알람을 이용한다. 부동산 정보를 얻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소에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을 이용한다.

소비자가 디지털 네이티브이거나 디지털 이민자이다. 소비자가 변화했으니 기업들도 변화해야 한다. 아날로그식 서비스와 제품 공급이 아니라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대면 서비스 방식에서 비대면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프라인 채널에서 온라인 채널로 제품 공급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IDC(2015), A.T. Kearney(2016) 등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산업 내에 기업이 최신의 디지털 기술을 실제로 활용해 프로세스가 변화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이미 각 산업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사업의 프로세스는 물론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빅데이터·로봇·블록체인·클라우드·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들을 활용, 기업들이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농축 산업에서는 스마트팜을, 제조업에서는 스마트팩토리를, 유통업에서는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로 변모하고 있는 시점에 주도권을 잡고 이를 선도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산업 중 하나가 금융 산업이다. 최근 금융 산업은 영업점포를 줄여나가고 있다. 국내 은행 영업점포는 2015년 7158개에서 점차 감소해 2018년 1분기 기준으로 6784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은행뿐만 아니라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점포도 계속해서 줄고 있고, 증권사 국내 지점의 수도 2016년 이후 감소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서비스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점포 방문을 통한 대면 서비스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흐름과 맞물려 금융기업들은 영업지점 및 직원 수도 줄이고 있다. 이른바 금융 산업의 ‘자산 경량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 산업이 지점 및 영업점포를 줄인다고 해서 금융서비스의 규모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서비스의 종류가 더욱 다양화되고,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2018년 2분기 금융 및 보험업의 총생산액은 25조1810억원으로, 2015년 2분기 22억1470억원에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즉, 영업점포와 지점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대면 금융서비스는 축소되고 있지만,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금융서비스는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금융소비자의 업무처리 현황을 보면 입·출금 거래 시 대면 거래를 하는 비중이 2005년 26.3%에서 2018년 2분기 8.8%로 축소됐다. 텔레뱅킹이나 CD/ATM에 대한 의존도 역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인터넷뱅킹에 대한 의존도는 같은 기간 18.6%에서 49.4%로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는 미래를 주도할 것이다. 한국이 놓쳐서는 안 된다. 디지털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산업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정부·지방자치단체·금융회사·정보기술(IT)기업들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경제는 여러 기술의 융합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정보교환, 공동 기술 개발 및 서비스 제휴가 필요하다. 산업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해 산업의 발전이 지연되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창출돼야 한다.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산업은 상당한 초기 투자 자금과 고급 인력이 있어야 하는 분야지만, 최근 고조된 불확실성으로 창업을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스타트업을 장려하기 위한 적극적인 인센티브가 요구된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