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을 지원해 해운업을 재건한다는 우리 정부의 해운정책이 유럽 선사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불공정 무역을 초래한다는 이유인데, 유럽 선사들이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우리 해운재건 정책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성명서에는 우리 정부의 현대상선 지원이 불공정 경쟁을 야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타이가트 총장은 "국가의 지원을 통해 인위적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한국은 조선 및 상선에서 심각한 과잉을 초래했다"며 "유럽은 이 같은 불공정 거래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U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우리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총 200척 이상의 선박 신조(新造)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에 필요한 3조1541억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 선사들이 강경 대응에 나설 경우 우리 해운재건 정책에도 적잖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현대상선의 재건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2M과 전략적 협력관계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현재 세계 해운업은 3위인 중국 COSCO를 제외한 1~5위는 모두 유럽 선사로, 이들은 일정 수준의 운임을 유지하기 위해 굳건한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을 맺고 있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재 세계 1,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 스위스 MSC가 결성한 2M과 전략적 협력(2M+HMM)을 체결, 운송 서비스를 해오고 있다. 계약 기간은 2020년 3월까지로, 이번 지원에 비판적인 2M이 제휴 연장에 등돌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현대상선 관계자는 "제휴를 체결한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났을 뿐이고, 계약 기간도 남아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런 유럽 선사들의 반발이 지나치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현대상선을 키우려는 목적은 선복량(적재용량)을 늘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중국도 같은 취지에서 해운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실제 중국은 자국 수출입 화물은 자국 선박으로 수송하고, 자국 선박도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국수국조(國輸國造)' 정책에 따라 해운, 조선업을 적극 지원해 오고 있다. 이에 국영 해운사인 COSCO가 홍콩 선사인 OOCL을 인수하도록 승인해 프랑스 CMA CGM을 밀어내고 현재 세계 3위 해운사를 보유하고 있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는 "유럽 선사들이 한국과 중국 정부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가장 큰 이유는 선사 한 곳에만 몰아주는 것도 원인"이라며 "다른 국적선사들을 육성해 현대상선과 합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