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국정감사에서 우리 정부가 천안함 폭침에 맞서 내놓은 독자적 대북 제재인 '5·24 조치'의 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번복해 곤욕을 치렀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24 조치의 해제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관계부처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일자 강 장관은 곧바로 "5·24 조치는 중요한 행정명령인 만큼 정부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을 진압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어진 국감 질의시간에 야당 의원들은 연달아 질타를 퍼부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5·24 조치 해제는 국회와 전혀 상의된 바가 없는데, 사전 상의 없이 검토한다는 것은 유감스럽다"면서 "국회가 막을 방법은 없으니, (해제를) 강행한다면 적어도 천안함 피해 유족에게 먼저 찾아가 이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어진 정진석 의원의 물음에 강 장관은 "5·24 조치는 중요한 행정명령인 만큼 정부로서 지속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이라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한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강 장관은 "5·24 조치는 (유엔) 안보리 조치와 많은 부분 중복된 조치가 있어서 해제한다고 해서 실질적 해제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도 야당 의원들은 지속적으로 비난 수위를 높였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주무부처인 통일부도 (5·24 조치) 해제 발언을 아직 안 했는데, 함부로 이런 발언을 해도 되냐"며 "5·24 조치는 천안함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대북제재 조치인데, 해제의 선행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강 장관은 "말이 앞섰더라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뒤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제재의 틀을 감안, 5·24 조치 해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의원도 "언제부터 외교부장관이 통일장관을 겸직하게 된 것인지 혼란스럽다"며 "5·24 조치와 관련한 오전 답변 내용과 오후 답변 내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강 장관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외교부는 뒤늦은 해명자료를 냈다.
외교부는 자료를 통해 "현 단계에서 정부 차원에서의 본격적인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5·24 조치 해제문제는 남북관계 상황과 대북 제재 국면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검토해 나갈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 장관의 발언은) 남북 관계 발전 및 비핵화 관련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안보리 결의 등 대북 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