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부인인 김정숙 여사는 한글날인 9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세종대왕 영릉(英陵)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572돌 한글날과 세종대왕 즉위 600주년을 기념해 이뤄진 것으로, 현직 대통령이 세종대왕릉에 참배하는 것은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 24년만이다.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및 애민정신을 기리고, 한글에 담긴 가치와 슬기를 되새기기 위해 이번 방문을 결정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먼저 효종의 영릉(寧陵)을 참배한 후에 효종 영릉과 세종 영릉을 연결하는 '왕의 숲길'을 걸어 세종 영릉으로 이동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688년 숙종, 1730년 영조, 1779년 정조 임금도 효종 영릉과 세종 영릉을 차례로 참배했다는 내용이 실려있으며, 이들이 두 릉 사이를 이동할 때 사용한 약 700m의 길을 정비해 개방한 것이 '왕의 숲길'이다.
문 대통령은 세종대왕 영릉에서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 방명록에 '한글, 위대한 애민정신을 마음깊이 새깁니다'라고 적었다.
왕릉에 대한 설명을 맡은 이창환 상지영서대 교수가 "정조는 능에 가면 한 말씀 했다"며 문 대통령에게도 발언을 권하자, 문 대통령은 "한글은 자랑할 것이 많다. 한글은 과학적인 글자이며, 만든 목적이나 원리 등이 완벽히 기록으로 남아있다는 것이 참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케이팝(K-pop)을 보면 한글을 모르는 세계인들도 모두 따라 부른다. 많은 세계인들은 한글을 배우길 원하며, 대학 내 한국어 강좌는 물론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고 들었다"며 "정말 자랑스럽다. 오늘 세종대왕릉을 참배하며, 이러한 한글날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 당시에는 일반 백성들이 서로 소통하는 데 어려워서, 소통을 위해서 한글을 만들었다라고 목적을 밝혔다"며 "그야말로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애민정신의 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거움을 함께 나누는 것은 왕조시대가 아닌 민주주의 시대에도 본받아야 할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대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 본받아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에서 한글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활동하고 있는 인사들과 동행, 문화유산을 더 발전시켜 나가자는 뜻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미술가 임옥상, 시인 박준, 그룹 악동뮤지션 소속 가수 이수현, 디자이너 송봉규, 네이버의 AI 번역서비스인 '파파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김준석 씨 등이 포함됐다.
또 허일후 아나운서, 동탄국제고등학교 박동민 학생, 세종학당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한 외국인 소라비(인도)·몰찬 야나(벨라루스) 씨 등도 이번 방문에 동행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왕의 숲길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에서 판소리 이도가에서 나온 '세종과 훈민정음', 창작 판소리인 '훈민정음 제자원리' 등의 공연을 감상했다.
아울러 세종대왕 영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됨에 따라 후속조치로 복원·정비 공사가 진행 중인 만큼, 문 대통령은 영릉 참배 후 공사현장에 들러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세종대왕 영릉에는 시민 40여명이 '문재인 대통령님 환영해요'라는 플래카드를 흔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문 대통령 부부는 시민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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