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아동수당 ‘나비효과’…해외거주자 ‘양육수당 환수폭탄’

2018-10-1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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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계기 양육수당 지급 재정비

해외출국 90일내 미입국시 지급 정지

정부 늑장 대응 지적…수령자 거액 반납 피해

[사진=아주경제 DB]


# 얼마 전 대만에 거주하고 있던 A씨는 국내 한 구청으로부터 그간 아이에게 지급됐던 양육수당 13개월 치를 반납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양육수당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지 않는 아동에게 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아이가 대상에 해당돼 수개월간 받아왔다. 그러나 구청 담당자는 ‘해외 출국 후 90일 이내로 입국하지 않을 경우 이후부터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도록 돼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환수금을 반납하면서도 ‘수당 지급을 정부가 정지하거나 미리 관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제 와서 13개월 치를 한꺼번에 반납하라니 부담이 컸다’고 토로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아동수당이 해외 거주자에게 ‘양육수당 환수 폭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9일 정부 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는 최근 일부 해외 거주자를 대상으로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는 양육수당을 환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양육수당은 취학 전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만 84개월 미만 아동에 지급되는 복지정책 중 하나다. 아동에 대한 부모 양육비 부담 경감을 위해 2013년 3월부터 시행됐으며, △12개월 미만 20만원 △24개월 미만 15만원 △취학 전 10만원이 매달 지급된다.

다만 아동이 90일 이상 지속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경우 지급이 정지된다. 이는 관련 법 개정에 따라 2016년 1월부터 적용됐다. 그러나 △해외에서 태어난 아동에 대해 출생신고 후 수당을 신청하게 되면 출국기록이 없어 정지대상에 포함되지 않거나 △복수국적자가 이를 신고하지 않고 다른 나라 여권으로 출·입국할 경우 복지부가 출·입국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양육수당 부정지급 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90일 이상 해외 장기체류 아동에게 지급됐다가 확인된 건수는 2477건이었다.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총 7억7000만원이었다.

이는 아동수당 시행 과정에서도 또 다시 문제가 됐다. 아동수당은 만 0세부터 6세 미만까지 지급되는 것으로, 지난 달부터 본격 시행됐다. 아동수당은 부모 양육부담을 덜어주는 양육수당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지만 해외체류아동 지급 정지요건도 양육수당과 동일하다.

때문에 복지부는 양육수당에 이어 아동수당에서도 제도 공백이 발생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본격 시행에 앞서 복수국적자와 해외출생아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했다. 아동수당 신청 시 복수국적자의 외국여권 사본을 제출받고 해외출생아 국내 입국여부를 증빙토록 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그 결과 복수국적자 233명, 해외출생아 393명 등이 확인됐다. 복지부는 이들에 대해선 아동수당이 지급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확인된 이들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없다면 지급제한 조건이 동일한 양육수당도 받을 수 없다. A씨 사례처럼 최근 이뤄지고 있는 양육수당 환수가 이번 아동수당 일제조사와 시기적으로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닌 셈이다. 각 지자체에서 잘못 지급된 양육수당을 반환하도록 요청하라는 지침도 최근에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아동수당 시행을 계기로 해외체류아동에 대한 양육수당 지급이 재정비된 것이지만, 그 금액이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르러 해당 가구로선 ‘환수 폭탄’을 안게 됐다. 양육수당을 태어난 직후부터 취학 전 84개월 미만까지 받을 경우 누적 수당은 1000만원에 이른다.

최근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바에 따르면, 향후 복지부는 건강보험 가입여부, 예방접종 유무 등을 확인해 해외출생아를 가려내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양육수당이 2013년 시행된 이후 동일한 문제가 계속 지적됐던 점을 고려하면 늑장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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