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대·기아차에 불법파견 노동자를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놔 향후 관련 업계에 큰 파장을 예고했다.
고용노동부는 7일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문제는)원청으로의 직접고용이 수반되는 사안으로, 직접고용시 근로 조건 등은 노·사 간 교섭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당사자 모두 정부가 제시한 교섭 틀 내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파견된 하청 노동자가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임금 등 처분이 다름에도 비슷한 수준의 업무를 해 온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본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고용부가 이들이 불법파견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직접고용하라고 판단하자 이들은 그동안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해 왔던 농성을 해제했다.
고용부는 또 "원청 노·사 등 당사자들을 만나 중재한 결과, 노·사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비정규직지회가 농성 해제를 알려온 만큼, 고용부는 가능한 한 다음주 내에 노·사 교섭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지회도 "14년 만에 처음으로 현대·기아차 원청과 비정규직지회의 직접 교섭이 성사됐다"며 "다음 주 시작되는 현대·기아차와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직접 교섭을 통해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를 요구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현대·기아차 사측은 직접 교섭보다 현대·기아차와 협력업체,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지회 등이 참가하는 다자 교섭을 통해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 2004년 현대·기아차 사내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도 지난 8월 고용부가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을 방치했다며 직접고용 명령을 포함한 적극적인 조치를 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사내하도급 노동자를 특별채용 방식으로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사내하도급 노동자 3500명의 특별채용 계획을 발표했고, 기아차도 지난달 사내하도급 1300명의 특별채용 할 계획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의 특별채용 중단과 고용부에 직접고용 명령을 요구하며 지난달 20일 서울노동청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22일부터는 단식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의 특별채용 계획은 불법파견 관련 소송 취하를 조건으로 둔 데다 특별채용의 경우 체불 임금과 근속 등을 포기해야 해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비정규직지회의 입장이다.
한편 이번 고용부의 불법파견 노동자 직접명령 해석으로 타 자동차 업종 등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다수 제조업 사업장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사업주를 상대로 한 줄 소송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