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 18번 홀(파5). 떨리는 두 손으로 맞잡은 마지막 파 퍼트를 성공한 ‘필드의 패션모델’이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펑펑 쏟았다.
한국 여자골프의 첫 ‘황금세대’를 이끈 강수연(42)이 2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필드와 작별했다. 강수연은 3연패의 감격을 선물했던 이 대회에서 공식 은퇴 경기를 치르고 화려했던 골프 인생을 마감했다. 강수연은 “안 울려고 했는데, 눈물이 나더라. 펑펑 울었다”며 다시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날 공식 은퇴식을 마친 강수연은 “많이 시원할 줄만 알았는데, 마지막 홀을 마치고 나니까 30년 골프 인생이 스쳐 지나가면서 복받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면서 “제2의 골프 인생도 잘 지켜봐 주시길 기대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수연은 1997년 KLPGA 투어에 데뷔해 8승(아마추어 시절 1승)을 거뒀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승을 수확했다. 이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건너가 3승을 추가했다. 특히 은퇴 경기로 결정한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는 2000~2002년 대회 3연패의 대기록을 세웠다.
강수연은 “나도 이렇게 오래 투어 생활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30대에 결혼하고 그만 둘 줄 알았는데, 30대 후반이 되니까 골프와 결혼하고 지금까지 살았다”며 웃은 뒤 그동안 한‧미‧일 투어를 돌며 거뒀던 우승의 순간들을 떠올렸다.
또 강수연은 “그동안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고, 부상과 슬럼프도 있었다”면서도 “지금 돌아보면 지우고 싶었던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그것도 내 인생이었고, 그런 우여곡절이 없었으면 골프가 재미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42살까지 골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강수연은 다음 주 일본으로 건너가 JLPGA 투어에서 현역선수로 마지막 한 경기를 치른 뒤 더 이상 프로 무대에는 서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선수가 아닌 교습가로 제2의 골프 인생을 연다. 강수연은 경기도 화성시 리베라 컨트리클럽에서 아카데미를 차려 후배들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후배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강수연은 “요즘 후배들은 너무 쉽게 골프에 입문했다가 쉽게 그만 두는 것 같다. 솔직히 이만한 직업이 없다. 그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무대에 있을 때 가장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저보다 더 오래 뛰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강수연은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가르치고 싶은 건 인격”이라며 “일본을 원래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배우고 왔다. 선수가 선수를 대하는 모습, 갤러리들과 스폰서를 대하는 모습을 많이 배웠다.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