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담보 부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벤처·중소기업의 지원을 위해 동산담보대출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 5월 정부가 ‘동산금융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지 5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관련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은행도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일반은행의 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632억900만원으로 전분기 1605억5100만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특히 지방은행은 전분기 921억7600만원에서 하반기 1012억9000만원으로 증가세를 이끌었다. 이는 지방은행 특성상 지역연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과 자금지원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동산담보대출 도입을 유인하기 위해 동산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내용은 △동산담보대출 이용 대상 모든 기업 확대 △제조업 업종제한 폐지 △반제품·완제품 등 담보인정 범위 확대, 세부 요건 단순화 △담보인정비율 상향 △사물인터넷(IoT) 기반 동산 관리 등이 골자다.
이에 따라 각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의 동산담보대출 표준안에 따라 내규를 바꾸고 대출대상을 확대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나타냈다. 일례로 각 은행들은 담보물에 대한 상품 제한을 폐지하고, 대출 취급대상도 기존 제조업에서 모든 업종으로 확대했다. 또 신용등급 취급제한을 폐지하고 대출 대상 담보도 집합동산(재고자산)의 경우 원재료만 가능했으나, 지금은 원재료-반제품-완제품 모두 가능토록 했다.
현재 각 은행은 IoT 기반 기술을 활용해 동산담보 자동관제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 중에 있다. 담보물에 IoT 단말기를 설치해 원격관리 시스템을 활용한 담보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은행은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 등 일부 은행은 담보물의 특수성 때문에 기술 개발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안다”며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동양생명이 미트론 사태로 큰 피해를 입은 만큼 동산담보대출에 대한 불신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 관련된 사기로 약 2800여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에 비해 담보물마다 보관과 관리, 처분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IoT시스템 구축을 통한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은행도 다른 은행들의 대출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만 IoT 기반 시스템이 안착되면 대출공급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 영업점의 경우 동산담보에 대한 사후관리가 여의치 않아 취급을 꺼린 사례가 있었다”며 “하지만 향후 IoT 기반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