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경제 호황을 배경으로 랠리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미국으로 쏠리면서 고밸류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P500지수는 올해 3분기(7~9월)에만 7.2% 뛰었다. 2013년 말 이후 분기 기준으로 가장 큰 폭 상승한 것이다. 올초 대비로는 9% 올랐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가 올해 들어 1.5% 하락하고 중국 상하이지수가 15%나 미끄러진 것과 비교된다.
미국과 여타 증시의 밸류에이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개 선진국과 24개 신흥국을 합친 MSCI 세계 주가지수의 PER에 비해 12%나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BoA-메릴린치에 따르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과 여타 증시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계속 벌어질 수는 없다고 말한다. BTIG의 줄리언 에마뉴엘 수석 전략가는 “미국의 밸류에이션이나 성적을 볼 때 극도로 높아져 있다”면서 “미국과 여타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점점 벌어지는 현상이 지속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격차가 줄어들려면 미국의 상승세가 꺾이거나 다른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잡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현재로선 전자의 경우에 무게를 두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멈춰 세울 변수는 다양하다. 우선 미국 증시 랠리를 선도하던 아마존과 애플 등 대표 기술주들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9월 0.8% 하락하면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이용자 정보 유출이라는 악재도 터졌다
미국의 금리 상승도 경제 둔화를 야기해 증시 랠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3%를 넘어섰고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냉각될 경우 미국 경제 전체가 냉각될 것으로 우려한다.
다만 당장 투자자들의 우려는 크지 않은 분위기다. 9월 중순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ETF와 뮤추얼펀드로 유입된 글로벌 자금은 27주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EPFR 자료는 보여준다.
아직까지 미국 경제에 힘이 다했다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18년래 최고치 부근을 지키고 있으며 기업 순익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4%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증시 외에 투자할 곳이 변변치 않다는 점도 투자자 쏠림 현상에 일조한다. 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신흥국 위기감은 여전히 살아있다.
에마뉴엘 전략가는 4분기에 접어들면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성적이 좋은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결국 단기적으로 미국과 여타 증시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좁아지는 현상은 억제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