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망중립성] "BTS 성공 뒤엔 망중립성" vs "폐지가 통신비 인하에도 유리"

2018-09-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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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에 따른 망 차별이나 차단 금지 원칙...트럼프 폐지하며 이슈화

- 5G 상용화 앞두고 논의 재부상..."인명구조 드론 등 콘텐츠 통행 차별화 관건"

- 밑바탕은 SKX텔레콤 등 통신사업자와 네이버등 콘텐츠 사업자 패권 전쟁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G 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회토론회에서도 망중립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사진=정명섭 기자]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5G(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세계 최초 상용화 일정을 내년 3월에서 올해 12월로 앞당기면서 망중립성 원칙을 5G 시대에 맞게 재정립하자는 주장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망중립성 원칙을 완화하자는 통신업계와 고수하자는 인터넷‧콘텐츠업계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긴 쉽지 않아 보인다. 플랫폼 업계와 콘텐츠 업계 간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를 공공재로 간주, 인터넷에서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에 따라 속도나 이용료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원칙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도입했으나 트럼프 정부에서 폐지됐다. 국내에선 2011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트래픽 차별금지 등을 담은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가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을 마련하는 등 현재까지 망중립성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업계는 현재의 망중립성 규제가 5G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5G는 4G 대비 속도가 최소 20배 빨라지고, 연결 기기 수는 10배 늘어난다. 그만큼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시스코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모바일 트래픽은 49EB(엑사바이트, Exabytes)로 2016년 대비 7배 증가하고,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의 수도 36억대 늘어난다. 5G는 기술 특성상 네트워크 슬라이싱(배분)이 가능해 하나의 통신망으로 자율주행차, 원격의료, 스마트시티 등 여러 서비스에 차등적인 네트워크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생명이 걸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원격 의료는 다른 데이터 트래픽보다 우선 처리돼야 한다. 망중립성 원칙 하에선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취급한다.

통신사들은 서비스마다 품질과 요금 등을 달리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늘어나는 트래픽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들이 망중립성 원칙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다.

반면 네이버나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콘텐츠 사업자들은 망중립성 원칙이 기존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구나 쉽게 접속해 정보를 공유하고, 광대역의 가치를 누리게 하는 것이 인터넷의 기본적인 가치라는 주장이다. 망중립성이 훼손되면 통신사들이 망 사용료 협상 등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이 경우 자금력‧협상력이 낮은 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의 혁신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제2의 구글과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 등이 등장할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G 시대의 망중립성,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회토론회에서도 망중립성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날 해외 연사로 초청된 에르네스토 팰컨 미국 변호사는 “망중립성이 폐기되면 통신사들은 동영상 콘텐츠에 스로틀링(속도 저하)할 수 있고, 이용자의 인터넷 접근을 차별할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마다 추가 요금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인터넷의 시초는 서로 문화와 지식을 쉽게 공유하고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었다. 망중립성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한국의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가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가진 유튜브 조회수 기록을 훌쩍 넘길 수 있었던 것도 망중립성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인터넷 개방성 덕에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자본 없이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으로 콘텐츠 기업을 차별하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팰컨 변호사는 미국 전자프런티어재단(EFF) 법률자문 변호사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의회 입법원으로 활동했다. 워싱턴 DC 기반의 비영리 기구인 퍼블릭 놀리지(Public Knowledge)에서 재직할 당시, AT&T와 티모바일의 합병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 또한 “인터넷상의 차별로 인터넷 생태계의 안정적인 혁신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실제로 카카오톡 보이스톡 차단의 문제가 생기면서 카카오는 해당 서비스를 지속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망중립성 원칙은 시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과거부터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려 왔는데, 그에 대한 과실은 통신사보다 인터넷‧콘텐츠사가 더 많이 가져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콘텐츠 사업자들이 지금보다 망 이용대가를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이용자의 통신요금 부담이 낮아지고 인터넷 접근성은 높아져 콘텐츠 기업들의 수익이 증가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망중립성은 항상 지켜야 하는 개념이 아니라 시장에 따라 달리 적용할 수 있는 도구적 개념”이라며 “FCC는 CP(콘텐츠 사업자)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면 이용자의 통신요금 부담이 완화되고 트래픽이 늘어난다. 이는 결국 중소 CP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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