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파온라인 4M,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모바일, 오버히트"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게임사들과 손을 잡고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5G 시대 고객들의 통신비를 줄여주고 통신사의 신규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높다. 다만 제로레이팅이 통신사들과 대형 콘텐츠 사업자(CP)들의 배만 불리는 서비스에 불과, 망 중립성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SK텔레콤도 9월부터 13~18세 중·고등학생 가입자를 위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시작한다. 넷마블과 네오위즈의 일부 게임과 헝그리앱(게임 커뮤니티), 김급식(급식 정보), 스노우(카메라) 등 10대들이 즐겨 쓰는 10여개 앱을 데이터 차감 없이 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부터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해 약 280테라바이트(TB)의 데이터를 고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한 바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데이터 전송 단위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특정 업체 밀어주기식 시장지배력으로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특히 데이터를 신속히,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요구하는 5G 시대에 편의성으로 무장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제로레이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5G 시대에 통신요금 완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올 초 이통3사 수장들과의 회동에서 "망중립성의 기준 내에서 제로레이팅이 이용자 이익에 부합한다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제로레이팅이 통신사들과 대형 CP 사업자들의 배만 불리는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쇼핑몰 '11번가'와 KT의 자회사 '지니뮤직'은 데이터 무료를 통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반면, 영세한 쇼핑몰이나 음원사이트 제작자들은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이다.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이통사의 마케팅 효과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인 셈이다.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 CP로서는 이통사와 데이터 무료 같은 제도를 활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이통 3사의 제로레이팅 서비스는 총 30개에 달하지만, 공공 분야에 제공하는 경우는 KT와 부산시청 제휴로 내놓은 '재난 영상 전송 시스템' 1건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로레이팅이 대기업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통사의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 효과와 그룹의 수익을 거두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도 "이는 시장지배력 전이로 이어져 타 CP들의 경쟁력 저하와 소비자의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민호 호서대 교수도 "이통사의 제로레이팅은 시장지배력을 콘텐츠 영역으로 전이시켜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유럽이나 미국처럼 망 중립성에 관한 법제화된 규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