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5G와 망중립성] [지상좌담] "망중립성 원칙, 5G 활성화 걸림돌"

2018-08-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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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론) 국가가 설치, 운영하는 유선과 달라...5G 투자 담당하는 건 통신사업자

-(유지론) 공공재 아니지만 인턴넷망 공공성 고려해야...미국은 폐지, 유럽도 제로레이팅 용인

[사진=바이두]


내년 3월 5G(세대) 인터넷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망중립성이 새로운 화두로 부상했다. 망중립성은 통신사업자가 콘텐츠사업자의 망 이용을 차단하거나 차별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최근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망중립성 원칙을 철회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다.

속도가 생명인 5G 서비스에서 트래픽으로 인한 속도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망중립성을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인터넷망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통신사업자나 대규모 자본을 가진 일부 콘텐츠 사업자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본지는 이 같은 상황에서 학계 전문가들을 지면으로 초청해 '망중립성 원칙이 5G 시대에 미치는 영향과 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박용완 영남대 정보통신학과 교수, 정동훈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나다 순)가 이번 지상좌담에 참여했다.
 

 


- 인터넷망이 순수한 공공재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정완= 과거 국가가 투자하고 운영한 유선 시내망과 달리, 민간 기업이 비용을 들여 구축한 인터넷망은 사유재산으로 분류돼야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G를 앞두고 통신사업자가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터넷망의 공공재 논란은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성환= 경제학 교과서 상 공공재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회·경제적으로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최근 들어 대규모 온라인 기업들이 등장해 동영상 서비스 등의 제공을 통해 인터넷망의 상당부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공공적 성격과는 거리가 있다고 본다.

정동훈= 법적으로는 인터넷망을 공공재로 봐야 한다. 비록 이러한 내용이 법률상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망중립성 준수를 위해 필요한 원칙과 기준은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 제1항, 제28조 제3항, 제39조, 제40조 등 다양한 법률에서 다루고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터넷망을 바라보는 관점은 공공재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5G시대 망중립성을 놓고 통신과 인터넷 사업자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정동훈= 동영상 소비 증가에 따른 트래픽 증가와 이에 반비례하는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그리고 5G 네트워크 투자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이동통신사가 망중립성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망중립성 폐지가 가져올 혁신과 사용자 편익의 부정적 영향이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 제로레이팅이 사용자와 사회적 편익을 고려한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사업자가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료를 대신 내주는 제도다. 통신사업자의 손해 없이 이용자의 데이터사용료를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금 여유가 없는 소규모 콘텐츠사업자가 시장에서 내몰릴 우려가 있고, 통신사업자가 데이터를 차별적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망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박용완= 인터넷 태동과 확산 시기에 망중립성은 경쟁과 혁신 등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나, 지금은 시장상황 변화와 정책 목표 등에 따라 망중립성 제도를 합리적으로 재검토하고 유연하게 적용할 시점이다. 과거의 규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5G가 기대하는 다양한 융합서비스의 활성화가 어렵다.

김성환= 5G 도입을 계기로 새로운 통신방송 환경에서 이용자 이익과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원칙들이 무엇일지 원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 해외 콘텐츠 제공업자들의 '네트워크 무임승차'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데. 

김성환= 인터넷이 처음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됐기 때문에 망들 간의 상호접속 관계에서 미국 기업들이 더 유리한 지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비대칭적인 힘의 관계에 대응하는 한가지 방법은 인터넷 가입자에 대한 접속망을 갖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이 트래픽에 대한 통제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이 망중립성 원칙에 의해 봉쇄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과의 힘의 균형을 위해서는 망중립성 원칙의 부분적 완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완= 국내 사업자들보다 해외 사업자들이 더 큰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상 부득이한 경우다. 만일 정부가 망중립성 원칙을 완화한다면 해외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해외사업자들에게만 무임승차를 주장하기는 어렵다.

-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새로운 5G 기술 도입이 망중립성에 미치는 영향은.

박용완= 5G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을 통해 재난대응, 자율주행, 의료안전 등 영역·상품별 수요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획일적인 인터넷 품질을 강요하는 기존의 망중립성 바탕에서는 이용자들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없고,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

정동훈= 안정적인 5G 기술 도입은 사용자와 기업,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 기술발전에 따른 망중립성 원칙이 훼손될 경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지, 기술 발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차별적 대우를 하지 말자는 의미는 기술의 하향평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와 사용자의 편익을 고려할 때 특정 집단에게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지 말라는 의미이다.

-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외국의 접근법은 어떤가.

정동훈= 미국은 망중립성 원칙을 폐지했다. 반면 EU는 망중립성 유지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제로레이팅은 용인하는 상황이다.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는 상세 가이드라인을 통해 통신요금 패키지 약정 데이터 한도를 초과하는 경우에 제로레이팅의 대상이 되는 콘텐츠 서비스를 제외한 다른 웹서비스 접속이 차단 또는 속도 저하되는 경우 망중립성 원칙 위반이라고 명확히 했다. 즉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통신사업자가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 및 망사용 대가를 요구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실효성 있는 대안이 있을까. 

김성환= 우선 현재의 망중립성 체제에서 거론되는 무임승차 논란 등과 관련해 제로레이팅이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바가 있으므로 제로레이팅 서비스가 활성화되도록 시장 자율에 맡겨둘 필요가 있다. 또한 인터넷망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며 강한 협상력을 갖는 대형 인터넷 기업들의 경우는 망중립성 원칙의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따른 관리형 서비스 제공이 망중립성 논쟁을 촉발하지 않도록 사전에 기준을 명확히 해 규제적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

박용완= 최근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정책적 논의가 활발한데, 5G 시대의 망중립성도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5G가 가져올 혁신성장의 기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유연한 접근을 통해 기업의 투자유인을 제고하고 이용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네트워크의 자율적 인터넷 서비스 모델을 허용해 그 과실이 이용자 편익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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