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가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고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금 인상과 정부 부처 축소의 초강력 긴축 정책을 실시한다.
파이내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TV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의 재정수입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비상 긴축정책을 발표했다.
아르헨티나는 긴축의 일환으로 주력 곡물 수출품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고 현재 19개인 정부 부처를 10개 이상 줄이기로 했다. 농업 수출품에 달러당 4페소, 여타 수출품에 달러당 3페소의 세금이 각각 부과될 예정이라고 CNBC는 전했다.
농업계와 공무원들의 강한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물가 상승과 정부의 지출 감축으로 올해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중도우파 마크리 대통령에게도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취임 후 소고기, 옥수수 등 농축산품의 수출세를 삭감했는데 이를 되돌리는 정책인 만큼 내년 재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발표는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며 위기를 부채질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페소 가치는 지난주에만 달러 대비 16% 폭락했고 올해에만 50%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5%에서 60%까지 인상하는 긴급 처방을 내렸으나 페소 하락을 막지 못했다. 긴축 정책이 발표된 3일에도 페소 가치는 4.3% 미끄러졌다.
아르헨티나로부터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단호한 행동을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의 긴축 정책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라고 FT는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6월 국제통화기금(IMF)과 500억 달러(55조5천800억 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하면서 내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1.3%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20년까지는 GDP의 1% 재정 흑자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UBS자산운용의 페데리코 카우네 신흥 채권시장 애널리스트는 “긴축은 이번 위기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아르헨티나는 지금까지의 점진적 입장보다 전통적인 재정 긴축으로의 선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IMF 관계자들과 만나 5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중 우선 지원된 150억 달러(16조7천625억 원)를 제외한 금액의 조기 집행 방안을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