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똑똑한 소비를 위한 새로운 기준, 등급제 변화를 환영한다

2018-08-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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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 강정화

1++ 생산량 늘고 소비트렌드로 가격 재형성 기대

강정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장[사진 = 농식품부 제공]


소고기 등급제가 달라진다. 소비자는 한우고기에 관해서는 좋은 고기를 고르는 기준으로 1++, 1+, 1등급 등 필요한 부위에 등급을 확인하면 어느 정도 원하는 품질의 고기를 골랐다고 생각한다. 물론 등급별로 가격차이가 나서 높은 등급의 소고기를 언뜻 고르지는 못하지만.

소고기 등급제가 이렇게 소비자의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동안 마블링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았다. 마블링이 등급 판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다 보니 좋은 등급의 고기가 기름이 많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가정에서는 보통 1++등급의 소고기를 먹을 일은 많지 않다. 가격이 높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매대에서도 손이 가지 않는다. 높은 등급의 소고기를 한두 번 먹었다고 해서 지방을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높은 등급의 고기가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단편적인 정보에서 소비자가 제대로 알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타당한 선택권을 갖지 못했다면 문제점을 찾아 개선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물론 등급제가 이룬 성과까지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등급제가 도입되기 전 한우는 반쯤 속고 먹는다고 했다. 게다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우리 축산물 시장의 전면 개방이 예고됐다. 그때 등급제가 도입됐다.

실제 등급제가 도입된 이후 둔갑, 조작이 꼬리를 감췄다. 의무판정으로 실시된 등급판정은 전체 소를 대상으로 정착되며, 소비자가 등급을 보고 믿고 우리 소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등급제가 도입됐던 1993년과 현재 사이에는 20년이 넘는 시간이 있다. 기술이 발전하며 변화는 더 빨라졌다. 우리 사회·경제는 크게 변했고, 축산물의 유통 환경도, 소비 트렌드도 과거와는 전혀 달라졌다.

마블링 논란이 불거지며 등급제가 논란의 대상이 됐다. 건강에 해롭다는 점은 예민한 문제였다. 마블링을 얻기 위해 오랜 기간 사육해야 하는 등 산업적으로 봐도 제도 변화가 요구됐다.

그리고 많은 논의 끝에 제도 보완이 마련될 예정이다. 가장 논란이 된 마블링(근내지방도) 기준이 완화됐다. 육질등급 결정이 기존 근내지방도 위주에서 육색, 지방색, 조직감 등을 포함해 각 항목을 개별 평가하고 가장 낮은 항목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근내지방도 기준 완화로 1++등급이 늘어나 이전과 같은 고기에 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지불할 가능성이 있으니, 기준 완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등급 외 다양한 식육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것이다. 1++등급에 대해 근내지방도를 함께 표시하고, 연도관리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부위나 요리 용도별 품질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보다 더 투명하고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가 얻게 될 것이다.

상품은 소비자가 얼마나 찾는가에 따라 시장이 형성되고 가격이 결정된다. 기존에 생산량이 극히 적었던 1++의 생산량이 늘고 또 변화한 소비 트렌드로 등급별 가격도 재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변경된 기준을 활용해 우리 가족 입맛에 맞게, 건강과 경제사정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소비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내년에 조금 더 다듬어지고 정리된 제도의 실행과 함께, 그 기대가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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