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투기악용 칼 빼들었다···추가 규제 '만지작'

2018-08-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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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번주부터 주요은행 현장점검···주택자금 우회사용 엄단

LTV·DTI 한도 인하땐 실수요자 피해 우려···당장 실행 어려울 듯

[사진=금융위원회]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하면서 금융당국이 대출규제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는 최근까지 증가 속도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계 빚 부담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국내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대출금이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악용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 전세대출 칼 뺀 금융당국…현미경 관찰

금융당국은 일단 전세자금과 부동산 임대사업자 대출부터 점검키로 했다.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악용된다는 판단에서다. 점검을 통해 법을 어긴 사례가 발견되면 엄중조치 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김용범 부위원장이 주재한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이런 계획을 내놨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뜨거워지면서 전세대출과 임대사업자 대출이 투기의 불쏘시개 역할을 판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전세와 임대사업자 대출은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권 전세대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12조2000억원이 늘었다. 작년 전체 증가분(14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주부터 주요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서 분위기를 살필 계획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비롯한 대출 규제를 잘 지키는지를 보면서 전세대출과 임대사업자 대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전세대출은 자금목적별이나 지역별 취급내역을 분석하고 전세자금이 주택구입 자금으로 우회 활용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투기지역을 포함해 주택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서 임대사업자 대출 비중이 과도한 금융사는 즉각적인 시정조치에 돌입한다. 이 밖에도 지금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여신심사의 합리성도 살펴볼 계획이다.

시중은행을 점검한 뒤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이나 전세대출도 실태조사와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검사와 점검 과정에서 확인된 위법사례에 대해서는 엄중 조치한다.

금융당국은 현장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조치를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전세대출의 경우 보증요건을 고려해 전세자금 대출 기준을 강화고 임대사업자의 규제회피 사례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DSR이나 정책 모기지 이용조건처럼 주택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계대출 규제를 전반적으로 살피고 필요하면 개선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다.

◆ 추가 대출 규제 나오나

금융권은 이날 김 부위원장이 "최근 주택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이 단기간에 진정될 수 있도록 조속한 시일 내 후속조치를 발표할 계획"이라는 말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후속조치가 추가 규제를 말하는 것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일 정부가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부동산 규제에 나선다면 LTV와 DTI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서울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곳을 투기지역으로 새로 지정했다. 또 경기 광명시와 하남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됐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이 세대 당 1건으로 제한되고, 2건 이상 아파트 담보 대출이 있는 경우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도 어려워진다. 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될 경우 LTV와 DTI 한도가 40%로 강화된다.

다만 LTV와 DTI 한도를 낮출 경우 실수요자 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당장 규제가 강화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LTV와 DTI 규제 강화는 부동산 시장이 더욱 과열될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금융위는 선의의 실수요자 등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만큼 당장 추가 규제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대출금이 목적에 부합하는 곳에 쓰였는지 면밀히 확인하는 쪽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부동산 과열이 식지 않는다면 금리인상 등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시장 과열이 지속될 경우 금리인상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 있다"며 "지방 부동산은 공급부담에 따른 미분양 적체 등이 나타나고 있어 지방은행은 불리한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1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우려스럽다. 1분기에 이어 예금은행의 기타대출(신용대출)의 증가세가 높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3분기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은 낮다"며 "예금은행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디레버리징(축소)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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