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휴전선에서 남북 군대 100만명 이상이 대치하고 있다. 적이 아니면 왜 이렇게 하고 있나. 적대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엄연히 적대 상태가 존재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북에선 여전히 우리 국군이 적인데 우리는 북한군이 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안보가 어떻게 되나. 일선 장병들이 정신분열증을 느끼지 않겠나."(2019년8월23일, 조선일보 사설톱)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자신의 안보관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TV토론에서도 "그건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젠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가 알아서 대통령의 대북 인식에 따르는 조치를 수행하려는 것이다."(같은 날, 동아일보 사설톱)
조중동이 일제히 문재인 정부와 국방부를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어제자(8월22일자) 문화일보가 <국방백서 '북한군은 우리의 적' 삭제 추진>이란 제목의 기사를 첫 보도한 뒤 이튿날 주요 조간들이 일제히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어떤 논리로 국방백서 관련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조중동의 사설을 한번 뜯어보았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고식적인 논리로 막아서는 것인지, 아니면 남북 관계는 상대가 있는 문제이며 아직 환경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인데 너무 앞서서 성급하게 일을 밀어붙여 오히려 부작용을 낳는 게 아니냐는 정상적인 우려인지는 곰곰히 판단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특히 일선 장병들이 정신분열증을 느낄 사태라는 조선일보의 지적은 과장스럽지만 맹렬한 경고를 담고 있어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 국방백서는 2년마다 발간되며 2018년 백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발간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저 문구가 바뀔 것이라는 백서는 올 12월에 발간될 예정이다. 1995년에 국방백서에 북한군은 주적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그 전해 북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에 따라),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주적 문구가 사라진다. 이후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우리의 적'이란 형태로 표현이 되살아 났고, 그 문구가 현재까지 유지되어 왔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