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며 보낸 편입니다. 어떤 일의 결판이 이미 난 것을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말로 자주 표현하곤 합니다.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BC 49년 1월12일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서 이탈리아로 진격하면서 외쳤죠. 루비콘 강을 건너는 일은 당시 로마의 법을 어기는 일이었고, 또한 돌이킬 수 없는 내전으로 치닫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말과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은 같은 상황에서 나왔으며, 그 의미도 비슷합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말은, 그리스 작가 메난드로스의 작품에 나오는 말입니다.
주사위의 어원은 두 가지가 있는데, 중국 당나라 현종 때 양귀비와 주사위 놀이를 하다가, 황제가 거의 질 뻔 했는데 마침 4자(네 개의 점)가 있는 면이 나와 승리를 한데서 나왔다고 보는 설이 있죠. 현종이 너무 기뻐서 그곳에 붉은 색을 칠하라고 명했고, 그래서 주사위(朱四位)라는 말이 나왔다는 겁니다. 조금 작위적인 냄새가 나긴 합니다만, 붉게 칠한 '4'가 있는 위치란 의미겠죠.
다른 어원은, 고려 때부터 내려오던 박통사언해라는 중국어 교재의 1677년본에 나온 '츄사아'라는 말에서 잡습니다. '사아'는 색아(色兒)에서 나온 말입니다. 색아는 중국어로 주사위란 의미인데, 그곳 발음으로 '사아'로 읽힙니다. '츄'는 주사위를 의미하는 투(骰)에서 나왔다고도 하고, 붉은 색을 의미하는 주(朱)에서 나왔다고도 합니다.
자주 보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놀이 물건. 이번 주말엔 주사위를 가지고 한번 놀아볼까요? (* 카드 마지막에 '세상에 우연은 많지만 '오행'에 기대다간'이란 말에 나오는 '오행'은 요행(僥倖, 뜻밖에 얻는 행운)을 잘못 쓴 말입니다. 그런데 쓰고 보니, 주사위에서 자주 나온다는 5의 행운인 오행(五幸)으로도 읽히는군요. 우연이 묘한 중의(重意)를 만들어냈네요.)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