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3·1혁명 비난한, 당시 한국인 권력자 발언록 보니 섬뜩

2018-08-10 11:23
  • 글자크기 설정

김삼웅 전독립기념관장이 공개한 '만세운동의 내부 적들'

"3.1혁명을 주도했던 손병희(1861-1922, 천도교 지도자)선생이 이완용에게 역사에 지은 죄를 씻을 기회이니 만세운동에 서명을 해달라고 했으나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손병희선생을 밀고하진 않았습니다. 3.1혁명이 일어나자 이완용은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세 차례나 '망동을 중지하라'고 글을 썼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김삼웅 전 독립관장이 '3.1혁명과 그 내부 적들'을 공개했다. 9일 오후2시부터 5시반까지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100년 남북한 여성독립운동가를 기억하다' 세미나(표창원 의원실과 한국여성독립운동연구소 공동 주최)에서였다. 
그는 3.1혁명이 범민족적으로 나섰다는 표현은 과장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인구 1,680만 중에서 200만 이상이 참여했으니 세계 혁명사에 보기 드문 시위이긴 하지만, 당시 우리 민족 중에서도 반대하는 자와 외면하는 자가 상당히 많았다고 말한다. 특히 만세 시위를 소탕하라고 요청하는 자들도 있었다. 3.1혁명이 가치있는 것은, 이런 매국노들의 준동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독립을 외쳤다는 점일 것이다.
 

[표창원의원과 심옥주소장이 주최한 '남북한 여성독립운동'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삼웅 전독립기념관장. ]


# 3.1혁명과 그 내부 적들, 한국인 기득권 5대부류

김삼웅 전 관장은 3.1혁명을 완강히 반대했던 기득권 세력을 다섯 부류로 나눴다.

첫째는 일제의 작위를 받은 골수 친일매국노로, 당시 일제가 점령한 9년간 권력을 향유했던 계층이다. 위에서 예로 든 이완용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던 이석주는 "힘으로 복종시키지 않으면 독립 소여가 더욱 거세질 터이니, 반드시 무력으로 복종시키라"라고 총독부에 주문까지 했다.

둘째는 관료 그룹이다. 이들은 앞장 서서 시위진압에 나선다. 함경남도 지사 이규완은 "일부 불령한 도배의 선동을 가차없이 처벌하라"고 촉구한다. 황해지사 신응희는 "독립은 망설(妄說)이니 경거망동치 말라"고 말한다. 전북지사 이진호도 시위를 경고하고 나섰다.

세째는 대지주를 비롯한 부자들이었다. 호남 대지주 현기봉은 남도 지역을 돌아다니며 농민들에게 만세 시위에 나가선 안된다고 만류하고 다녔다. 대구의 자본가들은 "폭도들이 날뛰어선 안된다"고 경고하면서 사람들에게 "만세 참여자를 밀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네째는 일부 종교계 인사들이었다. 동학에서 파생한 종교로 친일에 앞장선 시천교(侍天敎) 포덕사 김기현은 이렇게 말했다. "조선독립을 선언한 사람은 천황폐하의 은덕을 망각한 무리다." 일본조합기독교회의 라일봉 목사, 신명균 목사는 "만세 시위를 하는 자는 사탄이다"라고 주장했다. 천주교와 구세군사관학교에서도 만세를 거부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제의 돈을 받은 유생이나 일본 유학생 등 지식인 계층과 경찰, 관리 등의 무리들이다. 이들은 만세 시위를 하는 동포들을 경찰에 밀고하기도 하고, 소작에서 제외하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아무런 무기도 없이, 오직 맨몸으로 나서 '독립만세'를 외친 3.1혁명. 그 평화시위를 피의 살육으로 도배한 일제 외에도, 의로운 혁명을 방해하는 한국인 기득권 세력들이 설치고 있었다는, 김삼웅 전 관장의 '팩트 폭격'은, 이 혁명이 당시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선택들의 몸짓이었는지 생생하게 웅변해준다. 

                   이상국 아주닷컴 대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