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전당대회를 앞둔 바른미래당에서 계파간 갈등의 골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사무처 구조조정을 두고 옛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 사이에 노노(勞勞) 갈등이 벌어지는 데 이어 전당대회 후보군들 간에도 점차 감정 싸움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해묵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갈등이 점차 표면에 나타나고 있다. 최전선은 바른정당 출신의 하태경 후보와 국민의당 출신의 손학규 후보 사이에 형성돼 있다.
하 후보는 "근본적으로 세상을 바꿔야 될 시기에 어정쩡하게 타협해서 자기가 총리를 한 번 해보고자 하는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하 후보의 이런 주장이 계속되자 손 후보 측은 전날(19일) "정치를 올바로 배우라"고 응수했다. 손 후보의 측근인 이찬열 선거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위기에 빠진 나라를 위한 진심어린 충정에서 나온 발언을 왜곡하고 침소봉대해 당내 경선에 이용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며 구태정치의 표본일 뿐이다"라며 "정치를 좀더 올바르게 배우셨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 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불쾌감을 여과없이 드러내며 "정치를 좀 더 올바르게 하란 것을 강조해달라"며 "이미 토론회에서 다 얘기한 걸 기자회견을 뭘 또 하느냐.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했다.
당 사무처의 '선거 중립'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당직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손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출신의 권은희 후보는 지난 18일 부산에서 진행된 TV토론회에서 "당 사무처가 '손에 손 잡고 신용을 지키자'고 이야기하는 등 불공정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에 손 후보는 "사무처가 모시겠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만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은 김철근 대변인이 지난 8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것으로 손 후보와 신용현 후보(예비경선 탈락)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또 선거관리위원이었던 이행자 전 국민의당 대변인이 손 후보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으면서 뒷말을 낳았다. 다른 후보 측 관계자는 "심판이었던 사람이 캠프로 향하는게 맞느냐"고 꼬집었다.
앞서 이태규 사무총장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에서 안철수계 전 지역위원장들과 회동을 한 것으로 확인돼 '안심(安心)'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은 손 후보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날 모인 인사 대다수가 손 후보의 출마회견에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의당 출신들을 중심으로, 지난 11일 진행됐던 예비경선(컷오프)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컷오프에선 국민의당 출신인 신 의원을 비롯해 이수봉·장성민·장성철 후보 등이 탈락했는데,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우일식 전 경남 함안-밀양 지역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RS투표 시행사 선정과 관련해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11일 실시된 예비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경선 조작 의혹을 점점 짙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 전 위원장은 선정된 ARS투표 업체가 자격 조건에 미달한다면서 "이 업체는 회사 대표전화번호조차도 공개되지 않은 허접한 업체"라며 "너무나도 영세하고 허접하다"고 했다. 아울러 이 업체에 지급된 비용이 과도하다는 주장도 함께 펼쳤다.
이와 관련 당에선 "허위사실 유포와 이에 근거한 의혹 제기에 유감을 표한다"며 "공정하고 깨끗한 당 대표 경선 관리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