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의 블랙프라이데이"…마두로 새 정책에 비관론 홍수

2018-08-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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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절하에 최저임금 인상 등 내놨지만 자영업 붕괴 눈앞

"나라 망치는 데 새계 1등"비판…외국 향하는 난민 더 늘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드론 암살미수 사건에 대해 설명 중 용의자 2명의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일 열린 국가방위군 창설 기념식에서 드론 폭탄을 이용해 자신을 살해하려 한 암살자들은 모두 11명이고 이들은 5천만 달러(약 558억원)를 제안받았다고 8일 밝혔다. 고용된 11명의 암살 행동대원은 콜롬비아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마두로는 덧붙였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


"나는 우리나라를 되살리고자 한다. 나는 방법이 있다. 나를 믿으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밤 국영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또다시 경제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급격한 통화가치 절하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골자로 하는 이번 정책은 베네수엘라를 옥죄고 있는 초인플레이션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미 국제사회에서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볼리바르의 평가절하와 최저임금의 6000% 인상은 베네수엘라 경제를 오히려 벼랑으로 몰고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 96% 통화가치 절하…"최저임금 급등에 상점들 폐점" 

새로 발행되는 통화의 명칭은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강한 볼리바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현재 10만 볼리바르는 1볼리바르 소베라노가 된다. 또 새로운 통화는 올해 초 베네수엘라 정부가 발행한 가상화폐인 페트로에 연동될 예정이라고 마두로 대통령은 발표했다. 현재 1 페트로의 가치는 60달러에 3억6000만 볼리바르 (3600볼리바르 소베라노)이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페트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금융시장에서 페트로가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급격한 통화가치 절하와 함께 최저임금도 6000% 올리기로 했다. 0.5달러에 불과하던 한달 최저임금은 이제 30달러로 오르게 된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들어서만 최저임금을 5번 인상했다. 정부가 90일동안 인상분을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이후의 대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법인세율 인상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베네수엘라에서는 발표 직후 문을 닫는 가게들이 속속 등장했으며, 은행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사람들은 연료를 얻기 위해 뒤엉켜있다"면서 "이는 정부가 새로 발표한 경제 정책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드러내 주는 신호들이다"라고 지적했다. 

17일 밤 마두로 대통령의 연설 뒤 베네수엘라의 인터넷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라는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들이 쏟아지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신테시스파이낸시에라의 이코노미스트인 타마라 헤레라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 유인으로 이어질 만한게 전혀 없다"며 "매우 강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며, 생산적인 시스템의 남아 있는 마지막 것까지 뽑아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이 100만 %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 휘발유 보조금도 없애···"폭동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져" 

마두로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내용 중에는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정부는 등록된 대중교통 사업자와 개인 차량 소유자에게만 휘발유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보조금을 받아 싸게 구입한 휘발유들이 콜롬비아 등 인근 국가로 밀수출 되고 있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인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크게 반발을 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매체인 인디펜던트는 "보조금 지급 중단은 마두로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도박 중 하나"라면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보조금 덕분에 비교적 가격안정을 유지했던 휘발유의 가격도 오를 경우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매체는 또 지난 1989년에 있었던 폭동도 휘발유 가격인상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2013년 이후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UN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이후 230만명에 달하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접경국으로 떠났다. 에콰도르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베네수엘라에서 넘어오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외환 보유고도 크게 줄었다. 2009년 430억 달러에 달하던 외환 보유액은 이제 9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국제적으로도 왕따 상황에 놓인 베네수엘라는 최근 경제난 속에서 원유 생산 능력도 급감해 최근 원유가격 상승의 수혜도 보지 못하고 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의 반대파인 엔키레 카프릴레스 (Henrique Capriles)는 이번 경제 개혁 정책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경제 재앙에서는 세계 챔피언"이라면서 "베네수엘라이들은 이같은 비극적 상황을 살아야할 이유가 없다. 무능한 이들이 우리의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인디펜던트는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이 시작되게 배경에는 정부의 무분별한 화폐 발행이 있었다면서 마두로에게 남은 길은 "돈을 더 찍어 내거나 더 많은 탄압을 하는 것 밖에는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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