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달러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 불사'를 외쳤던 중국이 이달 말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두 달여 만에 재개된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무역전쟁 피해를 줄일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중국 상무부는 16일 웹사이트를 통해 왕서우원(王受文) 상무무 부부장(차관)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달 하순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을 만나 쌍방이 관심을 둔 무역 문제에 관한 협상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양국이 통상 문제 관련 협상을 공식적으로 재개한 것은 두 달여 만이다. 앞서 양국은 5~6월 세 차례에 걸쳐 무역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차를 좁히는 데는 실패했다.
중국이 이번 협상에 미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양보안을 내놓는다면 양국이 무역전쟁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무역협상 수석 대표는 기존의 부총리·장관급에서 차관급으로 낮아진 만큼 시장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가이신저(蓋新哲) 중국은행 국제금융연구소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양국이 차관급 대화에서 탐색전을 벌인 후, 고위급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미·중간 무역전쟁은 벼랑 끝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양국은 이달 초 상대국에 각각 340억 달러 관세폭탄을 투하한 데 이어 오는 23일엔 추가로 160억 달러 관세를 상대국 제품에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25% 고율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고 경고했고, 이에 중국도 미국산 제품 600억 달러어치에 5~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결전' 의지를 붙태우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중국 주식·외환시장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 15일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달러 대비 위안화 중간가격은 6.8856위안을 기록, 지난해 5월 12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5일 종가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도 1월말 최고점 대비 24%가량 떨어졌다.
7월 소비, 생산, 투자 증가율도 둔화하며 실물경제에도 충격을 가져왔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최근 재정·통화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중국 거시경제를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국내 산업생산, 일자리, 무역, 물가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전체적으로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16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충량(叢亮) 발개위 비서장 겸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올 1월부터 7월까지 통계를 보면 중미 경제무역 마찰이 중국 경제에 주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중국은 무역 분쟁의 격화와 영향에 대비할 충분한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중국이 연초에 계획한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원만하게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