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4일 “박정희·전두환 등 역대 보수정권은 국익과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이유로 강경 대응했지만 물밑으로는 거래를 통해 북한을 국내 선거에 이용했다”면서 “이는 민족사 앞에 지은 죄악”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공작’을 본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그땐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은 몰랐다”면서 “박씨가 정의감으로 김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비선 역할을 자임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어서 끊임없이 의심했다”면서 “1997년 8월 15일 오익제 새정치국민회의 지도위원이 평양에 가서 김일성 동상에 참배하는 장면이 인터뷰로 나왔는데, 흑금성이 사전에 예고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박 씨로부터 안기부 내부 움직임에 대해 동향을 제보받았다”면서 “하지만 만일 이 사람이 이중간첩일 경우, 우리 당이 완전히 간첩 손에 놀아난 것이 되기 때문에 늘 조마조마했다”고 전했다.
또 “김대중 정부 당시 남쪽 특사가 평양을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는데, 김 위원장이 역대 남한 안기부장에 대해 품평을 했다”면서 “장세동 부장을 굉장히 높이 평가한 반면 권 아무개 부장은 평가절하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1996년 총선 당시의 총풍이 나와는 상관없이 아랫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라는 자기변명일 수도 있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1992년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훈령 조작 사건’을 언급하면서 “탈냉전 기조에 발맞춰 한반도도 해빙 모드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안기부가) 대통령 훈령을 조작해서 회담을 깼다”며 “대선을 3개월 앞두고 김대중 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내부 공안 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그 이후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며 “대선을 위해서 민족의 역사를 완전히 되돌려 버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