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한국의 부동산 투자가 주춤하면서 경제 성장률이 7%대에 이르고 있는 베트남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베트남 부동산에 대한 광고와 투자세미나 안내를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머이 정책을 채택하면서 개혁, 개방화 정책으로 시장경제를 정착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높은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농어촌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자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택난과 교통난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난, 교통난 해결을 위하여 곳곳에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그래서 베트남의 대도시 어디에 가든지 지하철 건설, 대규모 아파트 건설, 신도시 계획, 고가도로 건설, 도로확장 등의 건설 현장이 교통체증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신축 건물로 스카이라인이 해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 "외국인 투자 장벽 낮아졌지만 주의할 점 많아"
그러나 주의할 점은 외국인 누구나 다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즉,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은 베트남에서 시행되는 프로젝트에 의거 베트남에 주택을 건설하는 개인이나 조직,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은행의 지점, 외국 투자기금, 외국인 기업의 대표 사무실, 외국인기업의 지점과 외국인 투자기업, 베트남 입국비자를 취득한 외국인에 한한다. 그리고 주택 소유 형태는 국방과 안보에 관련된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아파트나 단독 주택 건설할 수 있고, 구입, 임대분양, 증여, 상속을 받을 수 있다.
베트남에서의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다음 몇 가지를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베트남에서는 토지가 국가 소유여서 개인은 토지 사용권만 있고 토지 소유권은 없다. 때문에 국가의 어떤 정책적 목적에 의하여 토지 사용권을 박탈해 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 점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국가 정책에 의하여 토지를 환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에는 국가에서 주택을 신축할 대체 부지를 주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 가격과 신규 주택 건축 비용을 감안하여 이주비를 주며,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거주할 주택을 제공해 주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하철 역 근처의 주택 단지로서 역세권이나 학군으로 인하여 아파트 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안하는 것이 좋다. 현재의 베트남 대중교통 체계로 보아서는 역세권이나 학군으로 아파트 값이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베트남의 대중 교통수단은 개인 중심의 오토바이가 대세를 이루기 때문이다. 다만 날씨가 더운 나라이니 집이 호수가 근처에 있거나 강이나 도심 하천에 가깝다면 다른 곳보다 시원해서 좋을 것이다. 호수나 강, 하천을 따라 부는 바람으로 인해 통풍이 잘되면 오토바이로 인한 매연으로부터도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부동산에 투자하기로 한다면 정말로 고민하고 따져보아야 할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확신성과 환율, 매각을 했을 때 부동산 매각 대금을 어떻게 국외로 송금할 것인지 등이다. 합법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돈이 아니라면 최종 부동산 매각 후 그 대금을 해외로 송금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외국인이 베트남에서 달러를 해외로 송금하려면 합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고, 당국으로부터 반드시 외화 송금 허가를 받아야 한다.
◆ "시세 차익 위한 '투기' 아닌 '투자'해야"
경제 발전으로 베트남의 건축 개발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부동산 거품이 잠복해 있음을 유의하여야 한다. 베트남 국적을 취득하고 베트남에 영구적으로 거주한다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가 될 수 있겠으나, 베트남이란 나라는 외국인에게 부동산으로 편하게 돈 벌어 나갈 수 있게끔 기회를 주는 어수룩한 나라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베트남에 투자를 해서 사업을 영위한다거나 국적을 취득해서 영주할 목적이라면 위치와 환경이 좋고, 사업장 진출입이 편리한 곳에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단순히 시세 차익을 누리기 위한 부동산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은 투자가 아니고 부동산 투기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전통적으로 토지 숭배 사상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외세에 배타적인 면이 있다. 외국인이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것에 대하여 상대적인 박탈감이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 속에 도도히 흐르고 있다는 문화적인 차이점도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안경환의 지피지기]는 한국베트남학회 회장이자 베트남 하노이 명예시민인 안경환 조선대 교수가 수십년간 베트남을 오가며 직접 보고 느낀 베트남의 실제 모습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