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한국호(號)’, 휘청거리는 글로벌 경제에 중심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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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아, 크게 후회할 날 올 수 있다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미국발(發) 글로벌 통상 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차별적이면서 압박의 수단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국이 일차적 타깃이지만 러시아, 이란, 터키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에 대해 노골적으로 통상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급기야 인도, 태국 등 개발도상국 혹은 저개발국에 대해서도 GSP(일반특혜관세제도) 철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6년 기준 미국의 GSP를 통한 수입액은 전체 수입의 고작 1% 정도에 불과하지만 개별 수출 국가 차원에서는 영향이 작지 않다. 관세 폭탄, 기술 유출 차단에 이어 ‘달러 파워’까지 공세 아이템에 동원함으로써 미국에 맞서는 국가에 대해서는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벼른다. 세계 경찰국가의 힘을 과시함으로써 기울어진 통상 환경을 평평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미국의 의도이다. 미국 경제가 충분히 버텨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강공 의지를 더욱 불태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강경책으로 인해 시장의 크게 요동치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의 경우 각국 통화의 가치 하락이 줄을 잇는다. 글로벌 증시도 동반하락하고 있는 추세다. 터키발(發) 악제로 인해 신흥국 투자자들의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와 증시의 동반 하락으로 올 상반기 경상수지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283억 달러 적자가 났다. 중국 경제의 숨은 뇌관인 기업과 지방 부채가 다시 불거져 나오고, 기업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가 심상치 않자 돈 풀기에 돌입하는 등 중국 정부의 경제 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의 위기는 중국만 쳐다보고 있는 국가들에게 엄청난 적신호다. 미국은 전쟁 대상 국가들에게 백기를 들 것을 강요하고 있다. 결국 시간의 싸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 대드는 국가들이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갈수록 이들의 저항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인 결국 힘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경제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 5년 여 동안 선진국의 반격으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통상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됨으로 인해 그 충격파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클럽’ OECD의 발표를 보면 금년 들어 선진국의 경기 하향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독일, 일본 등은 이미 내림세로 돌아섰다. 독야청청하던 미국 경제마저도 3개월 연속 경기선행지수가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OECD(32개국)의 경기선행지수 평균을 보더라도 작년 12월 100.21을 피크로 올 6월에는 99.78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100 밑을 맴돈다. 2000년대 들어서 신흥국과 선진국이 바턴 터치를 하면서 글로벌 경기를 지탱해 왔지만 동반 부진이 예고되면서 경제위기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공격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보복을 당하는 국가들의 항전이 연합전선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위기의 골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 팀과 시나리오 플래닝 준비 등 중·단기 대책 서둘러야

문제는 한국 경제다. 고질적으로 우리 경제는 대외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미국의 일차 과녁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 위기는 우리에게 직격탄이 될 공산이 크다. 우리 경제의 경기선행지수는 15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으며, OECD 국가 평균보다 훨씬 낮아 열등생으로 전락하지 오래 전이다. 지난 수년 간 세계 경제가 호황을 보이던 시절에 미래 먹거리 창출과 관련하여 손을 놓았던 것이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무역전쟁·정책 리스크(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규제 개혁 지연 등)·고유가에 발목이 잡혀 기업 환경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은 시기에 개혁을 한다는 것이 상대적으로 훨씬 어렵다.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차이나 등의 호재로 두 자리 수 수출이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지만 속 빈 강정에다 이마저 언제 꺼질지 위태위태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경기 회복세’라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연발했다. ‘어공’과 ‘늘공’이 밥그릇 싸움이나 하면서 한국호(號)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소리를 애써 외면했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난파 직전으로 몰리고 있으며,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정부가 바뀌어야 하며, 정치권도 경제 문제에 있어서는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은 바빠지고 있다.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 팀을 꾸리고 적극적인 시나리오 플래닝을 서두른다. 기업은 이미 절박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도 이런 기업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에 골몰해야지 발목 잡기에 급급하지 말아야 한다. 오죽 답답하면 가만히 있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하겠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하루라도 빨리 정신을 차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글로벌 경제 정세를 간파하고 중심을 똑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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