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장 15년 동안 처남 등이 보유한 4개 회사의 존재를 숨겨오다 경쟁당국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 4개사가 지난해에만 벌어들인 매출액은 300억원을 웃돈다.
4개사 중 한 곳은 대기업 계열사임에도 신고를 하지 않아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세금공제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 회장은 처남 가족 등 62명의 친족을 친족현황에서 누락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이들이 주식을 보유한 추가 미편입 계열사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4~2018년 대기업 지정을 위해 자료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태일통상㈜ △태일캐터링㈜ △청원냉장㈜ △세계혼재항공화물㈜ 등 4개사를 계열회사 현황에서 누락했다.
4개사는 조 회장의 처남 가족 등이 지분 60~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대한항공‧진에어 등 한진 계열사에 기내용품을 납품하는 등 밀접한 거래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태일통상은 조 회장의 처남 A씨와 그의 아내, 또 다른 처남 B씨 등 3명이 지분을 100% 보유했다. 1984년부터 대한항공과 거래를 시작해 기내용 담요‧슬리퍼 등 객실용품을 납품해 오고 있다. 대한항공 기내식기판 거래업체 1위(거래금액 기준)다.
태일캐터링 역시 A씨와 그의 아내가 지분 99.55%를 보유했다. 태일통상에 이어 대한항공 기내식기판 거래업체 2위다.
대한항공과 항공물류 운송 거래를 해온 세계혼재항공화물은 B씨와 그의 아내가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A씨의 아내와 그의 자녀 두명이 지분을 100% 보유한 청원냉장은 태일캐터링을 통해 대한항공에 납품되는 식재료의 선별‧이물질 제거작업 등을 전담하고 있는 회사다.
이들 4개사는 지난해 총 315억1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태일통상은 증여의제이익에 대한 세금 계산 시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특수관계법인거래비율 50% 및 주식보유비율 10%의 공제율을 적용받았다.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일 경우 이 비율은 각각 15%와 3%다. 대기업 계열사로 신고를 하지 않아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 세금을 덜 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가족을 포함한 총 62명의 친족을 친족현황에서 누락했다.
공정위는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대한항공 비서실이 관리하고 있는 가계도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비서실에서 친족 명단을 관리해 오고 있음에도 지정자료 제출 시 이를 누락한 것이다.
공정위는 한진 측에 친족의 가족관계등록부와 주식소유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이를 통해 추가 누락 친족과 이들이 보유한 미편입 계열사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장기간(최장 15년) 친족 지분 보유 4개사 및 친족 62명 누락 △누락회사‧누락친족에 대해 조 회장의 인식이 있었던 점 △4개사가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및 공시의무 적용 면탈 △대기업집단 소속 누락으로 부당하게 중소기업 혜택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태일통상‧태일캐터링‧세계혼재항공화물은 2003년 4월부터 현재까지 미편입됐고, 청원냉장은 2008년 11월부터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 소유 위장계열사가 적발될 경우 미편입 기간 동안의 사익편취행위‧부당지원행위 등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