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세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격한 논쟁이 예상된다.
정부는 30일 '2018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저소득층 소득 지원 및 자녀양육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자녀장려금 등 조세지출을 확대하고,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내용 등을 발표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을 목표로 소득분배 개선, 지속가능 성장 등에 중점을 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안 보이고 선심성 퍼주기만 확대한 근시안적 세법 개정안"이라고 맹비판했다. 이 의원은 옛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금융감독원 감사를 지낸 재정금융 전문가다.
이 의원은 "나눠주고, 퍼주고, 모자라면 더 걷는 재정정책은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2018 세제개편안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이 의원은 "정기국회에서 잘못된 세법을 바로잡기 위해 전력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구체적으로 "우리 경제 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성의 없는 재탕 정책만 눈에 띌 뿐 기대되는 효과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지원만 신경 썼을 뿐 혁신성장이나 구조개혁 지원은 도외시했다"는 의미다.
또한, 이 의원은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 "정부가 부자증세라는 거짓말로 중산층에 세금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유세만 문제 삼고 취득세는 입을 닫는 것을 보면 그저 세금을 더 걷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 수는 6만1060(2014년)→8만1246(2016년)→16만3201(2018년)으로 최근 2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는 "정부가 가만히 있어도 종부세 부담은 알아서 늘어날 것"이라면서 "공정시장가액비율 및 세율인상은 옳지 않다. 외국에 비해 높은 취득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이 7억원이라는 점을 언급, "서울 아파트 보유자는 곧 모두 종부세 대상이 될 것이다. 부자증세가 아니라 중산층에 대한 세금 폭탄"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의원은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고용증대 세제를 확대한 점, 조세합리화 노력이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원을 확대할 때는 비과세 감면을 과감하게 정비해 높은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는 등 선진세제 구축을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데 오히려 소득세 감면을 늘리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이 문제점을 상쇄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일부개정안을 지난해 8월 발의한 바 있다.
야권에서는 '근로장려금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기존 정책에 대한 재점검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 출신인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우선 최저임금을 현실에 맞게 재심의해야 한다"며 "최저임금도 올리고 근로장려금도 확대하는 방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통'으로 불리는 채이배 바른미래당 정책위의장 권한대행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종합부동산세 세율 개편이라는 '찔금증세'로 핀셋증세 시즌2라는 땜질처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채 권한대행은 "조세지출 상당 부분이 근본적인 개편 없이 땜질식으로 만들어지는 세법 개정은 일관성이 없고 복잡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바른미래당이 그동안 '중부담 중복지'를 주장해 온 것을 강조하면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실현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비과세·감면 정비에 나설 필요가 있으며, 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한 중장기적인 개편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8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될 관련 법안은 모두 19건에 달한다. 법안은 16일간 입법예고 기간을 거친 뒤 다음 달 28일 국무회의에 상정되며, 31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내국세와 관련해서는 국세기본법·국세징수법·조세특례제한법·소득세법·법인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종합부동산세법·부가가치세법·개별소비세법·교통에너지환경세법·국제조세조정법·교육세법·농어촌특별세법·주세법·세무사법·조세범처벌법 등 16개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관세법, 수출용원재료에 대한 관세 등 환급에 관한 특례법, 관세사법 등 관세 관련 법안 3건도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