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 출신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도 일했다.
언뜻 보면 ‘모바일 프리미엄 마켓’ CEO의 이력으로는 전혀 접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정말 좋아하는 일을 드디어 찾았다”고 말했다.
“요즘 해외 유학 다녀온 친구들 많죠. 건강하고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좋은 먹거리를 보다 빨리 싱싱하게 전달하겠다는 원칙을 가지고 잘 운영하면 잘 먹고 잘 사는 게 가능할 거라 믿었죠.”
퇴사 직전 사내 맛집 동호회 활동을 같이 하면서 공동창업자인 박길남 이사를 만났다. 둘 다 참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1차 쇠고기, 2차 돼지고기, 3차 양곱창을 먹는 육식 모임이었는데, 평소 즐겨 찾아 공동구매하는 고깃집 메뉴를 아예 소셜커머스로 판매하는 게 어떠냐는 생각이 커져 마켓컬리가 탄생하게 됐다.
처음에는 ‘싱싱한 것’에 꽂혀 채소부터 무턱대고 팔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채소, 과일, 육류 및 농수산식품에서 빵, 디저트 등 간식 제품과 각종 장, 소스, 반찬까지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며 회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우리 최우수 고객 중 한 분이 여성 싱글인데, 한 달에 식재료만 150만원어치 이상 구입해요. 이런 분들 중에 요리에 맞는 도구나 식기를 요청하는 분들도 많아요. 식탁에 오르는 모든 것을 판매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마켓컬리의 슬로건이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하는 프리미엄 마켓’으로 정해졌다. 김 대표가 정의하는 프리미엄은 단순힌 비싼 것이 아니라, 본뜻 그대로 ‘고급스러운’ 것이다.
마켓컬리의 아이덴티티 색상인 보라색도 이런 생각에서 발현됐다. 보통 마켓이나 식재료를 취급하면 녹색을 생각하기 일쑤인데, 너무 예쁘지 않고 흔했다. 김 대표는 ‘안 예쁜 건 못 봐주는 사람들’로 구성된 초창기 멤버들이 브랜드 로열티를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사내 룰도 고급스럽게 정했다. 문자를 보낼 때 특정 말투는 쓰지 말 것, 정직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게 운영할 것 등이다. 온라인 광고를 할 때도 단순히 눈길을 끄는 자극적인 것보다는 최소한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세스 고딘의 책 '보라빛 소가 온다'에서 말하듯, 수많은 소가 달려오는 가운데 보랏빛 소가 있다면 차를 멈출 수밖에 없다. 마켓컬리는 범람하는 온라인 마켓에 독보적인 보랏빛 소로 이목을 끈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김 대표가 보여줄 넥스트가 궁금해서 물었다. 그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면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놓치고 있던 새로운 디테일을 찾아 마켓컬리에 더욱 신선한 변화를 주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