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 평가에서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청년층 취업자 비중도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높다. 도대체 어떤 매력적인 요소가 있기에 이런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을까.
그 이유를 알고 싶어 지난 23일 인구 125만 수원시의 일자리 정책을 총괄하는 원영덕 수원시 일자리정책관을 만났다.
실제로 수원시는 민선6기 4년간 18만4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 목표 대비 108.3%의 실적을 올렸다. 그는 “다양한 맞춤형 일자리 정책이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원 정책관은 “수원시가 추진 중인 보석 같은 정책들”이라며 사업들을 하나씩 열거했다. 수원상공회의소와 함께하는 ‘일본 IT 기업 취업 지원 과정’ 운영,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한 ‘28청춘 청년몰’, 청년 창업가와 퇴직 인력의 숙련 기술을 연결하는 세대융합 창업 프로그램 운영 등이 그것이다. 신중년층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한 ‘신중년 디딤돌 사업’, 취업 준비 청년에게 면접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청나래’ 사업, 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청카드’ 사업도 있다.
이런 노력 덕택일까. 고용지표도 개선됐다. 통계청 ‘2017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원시 청년층 고용률은 41.1%로 2016년 하반기(39.1%)보다 2%p 높아졌다. 청년층 취업자 비중은 17.0%로 기초지자체 중 가장 높았다.
“수원은 15세부터 39세까지인 청년층 비중이 높은 젊은 도시입니다. 21.7%예요. 전국 19.1%보다 높고 경기도 19.2%보다도 높습니다. 하지만 젊은층의 공공기관과 대기업 선호 경향으로 인한 중소기업 일자리 미스매칭, 구인기업과 구직자 간 연령 미스매칭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 정책관은 수원시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전반적인 상황을 이렇게 간략하면서도 압축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미스매칭 해소책을 묻는 질문에 “수원 고색동 산업단지를 2019년까지 ‘청년고용촉진활성화지역’으로 지정하고, 청년 고용 중소기업에 청년 1인당 1년간 2000만원까지 지원,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에 선정된 ‘수원 청년 [내:일]로 사업’ 추진을 통한 지역 기반 청년 일자리 발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수원시는 일자리 창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원 정책관은 “두 마리 토끼를 지속적으로, 또 혁신적으로 잡으려면 세 가지 요소, 즉 조직과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더 큰 수원’인 수원특례시를 지향하는 수원시가 선제 조치에 나섰다. 시는 7월 16일 일자리경제국 소속 일자리정책과를 1부시장 직속 일자리정책관으로 독립시키는 한편 직급을 5급 사무관에서 4급 서기관으로 상향 조정하는 파격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초지자체로는 전국 최초다.
조직개편 전 일자리정책과가 일자리경제국 9개 과 중 주무과 역할을 했다면, 조직개편 후에는 수원시 전체 157개 과 중에 선임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수원시가 일자리 정책에 그만큼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인구 125만 수원시는 규모면에서는 광역시와 같지만 아직 기초자치단체라는 행정조직에 머물러 있어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형국입니다. 수원시 자체적으로 국 체제로 조직개편을 했지만 아직 과 단위의 조직과 인력, 예산 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적정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습니다. 수원시가 더 큰 수원을 위해 수원특례시를 지향하는 이유입니다. 특례시가 되면 도시 규모에 걸맞는 행정 조직을 갖추게 되고 시민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 정책, 맞춤형 일자리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입니다.”
“서민경제의 핵심은 일자리”라고 강조한 원 정책관은 수원시가 특례시가 돼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또 “창업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무차별적인 예산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목청을 돋웠다. 수원시는 교육, 창업, 성장, 정착 등 단계별 창업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는 원 정책관에게 리더십에 대해 물었다. “30년 넘는 공직생활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직원들 스스로가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담당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원 정책관은 직원들 사이에서 ‘쌤’이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학창시절 인자한 선생님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때로 크게 혼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이런 분위기라면 올해 수원시 일자리 창출 목표 3만6000개 달성도 무난하지 않을까.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