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61)는 그동안 포털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던 ‘드루킹’ 김동원씨(49·구속)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의혹의 중심에 있는 당사자가 23일 사망하면서 ‘드루킹 특별검사’ 수사팀의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한 차례 기각됐다. 이와 관련, 특검은 조만간 노 원내대표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었다.
◆특검 “향후 수사 깊이 있게 진행될 것”
노 원내대표의 사망 소식을 접한 특검팀은 긴급회의를 여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금품수수 수사와 관련해 노 원내대표 본인이나 돈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그의 부인 등 주변 인물에 대한 소환 통보 등이 없었던 점에서다.
허 특검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굉장히 침통한 마음”이라며 “의원님의 명복을 빌고, 또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허 특검은 “적당한지 모르겠지만 유가족에게 드릴 인사라 생각하고 받아주시면 고맙겠다”며 카메라를 향해 정중히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노 의원의 사망으로 특검팀의 향후 수사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 변호사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데 이어 노 원내대표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시점에 그가 자살을 선택하면서 수사동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특검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도 변호사의 소환 계획을 취소했다.
1심 선고 기일을 연기한 법원도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김대규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판사는 25일로 예정된 '드루킹' 김씨 등의 선고 기일을 잠정적으로 미뤘다.
검찰은 이달 4일 열린 김씨 등의 결심 공판에서 “경찰이 관련 사건을 송치해 추가 기소가 필요한 만큼 병합해서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선고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노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수사 도중 인지된 ‘지류’에 가까운 사건인 만큼 정치권의 댓글조작 연루 의혹을 파헤치는 ‘본류’ 수사는 흔들림 없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드루킹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앞으로는) 수사가 초기 패턴과 다르게 깊이 있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가 사망함에 따라 그에 대한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것으로 점쳐진다.
통상적인 수사는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고,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잠정 중단된다.
허 특검은 이와 관련해 “수사에 관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뒤돌아선 ‘팬심’··· 드루킹 “심상정, 노회찬 한방에 날려버리겠다” 경고
‘드루킹’ 김씨는 현재 특검팀이 수사 중인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을 만든 인물이다. 경공모는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주도한 단체지만 이를 만든 드루킹은 원래 정의당 지지자였다. 특히 그는 원래 노회찬 원내대표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4년 검찰이 선거법 위반으로 경공모 회원들을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다.
수사 결과 노 원내대표 부인의 운전을 맡은 장모씨(57)가 선거운동 기간 경공모로부터 계좌로 200만원을 송금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장씨도 ‘베이직’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경공모 회원이다.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드루킹과 장씨, 느릅나무 출판사 공동대표인 김모씨(필명 파로스)도 함께 기소했다. 이들은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드루킹은 이때부터 자신과 경공모 회원들이 위기를 겪는데도 정의당과 노 원내대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앙심을 품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드루킹은 지난해 5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의당과 심상정 패거리들··· 너희들 민주노총 움직여서 문재인 정부 길들이려고 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내가 미리 경고한다. 지난 총선 심상정, 김종대 커넥션 그리고 노회찬까지 한 방에 날려버리겠다. 못 믿겠으면 까불어 보든지”라고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드루킹과 노 원내대표의 악연은 특검이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특검은 이 사건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도 변호사가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경공모 측이 노 의원에게 5000만원가량을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특검 수사의 ‘칼끝’이 노 원내대표를 향하게 된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