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총격 사건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예전만큼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전보다 잦은 횟수로 들려오는 총기 난사 소식이 이제는 일종의 교통사고쯤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3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만 해도 세계는 경악했다. 특히 사건의 범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미국 영주권자로 밝혀져 한국 사회에서도 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젠 총격 사망 소식에도 해외언론은 의례적인 반응을 보인다.
국제 무기 조사기관인 스몰암스서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 10억정의 총기가 있고, 이 중 85%가 민간인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민간인은 전 세계 총기의 약 4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은 “총을 사는 건 운전면허 취득보다 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총기를 쉽게 소유할 수 있다. 미국 헌법상 자위를 위한 무장권리에 따라 총기 소지가 합법적이고, 유엔이 비정부기구로 공식 인정한 미국총기협회(NRA)가 총기 소유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대변한다.
더욱이 오는 8월부터 미국 국무부의 총기 도면 공유사이트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업로드 금지조치 해제로 3D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제작이 한층 수월해져 미국 내 총기 소유자의 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갈수록 총기의 사용 목적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보다는 강도, 강간, 살해, 분노 표출 등 욕구 충족으로 변질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2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총기난동 사건도 용의자가 집에서 가족과 다투던 중 자신의 할머니에게 총격을 가한 뒤 경찰에 쫓기다 식료품점으로 난입해 인질극을 벌인 것으로, 총격전이 발생했다. 같은 날 남아공에서는 무장괴한이 미니버스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NRA의 총기 소지 찬성파는 “나쁜 놈도 상대가 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 나쁜 행동을 멈출 것”이라는 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해보면 나쁜 놈도 총이 있으니 더 대담하게 나쁜 행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기’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안위도 지켜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