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기 내각개편이 여전히 안갯속 국면이다. 6‧13 지방선거 이후 속도전으로 개각을 단행할 듯 보였던 2기 정부가 선거 한 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청와대 경제수석 등 인사 단행 이후 잠잠해진 개각으로, 정부는 사실상 정책 집행에 숨고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부처에서는 소폭이든, 중폭이든 개각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관 인선이 마무리돼야 하반기 경제정책에도 힘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이후로 개각이 넘어갈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당대회 이후 여당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면 정치권 인사를 중심으로 개각이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접어들며 청와대가 개각 시기를 한 차례 놓쳤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겹치며 인사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며 “장관으로 올 수 있는 중진 의원들 역시 다음달 전당대회에 집중하는 만큼, 개각 이슈는 관심 밖으로 밀린 양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농식품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개호 의원도 현재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이 의원 외에 특별히 거론되는 장관 후보도 보이지 않는다. 당초 3~4명 수준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청와대도 조용하다.
이처럼 개각이 지연되자, 경제정책도 개점휴업 상태다. 자동차 산업 등은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정부 입만 바라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는데도 정부는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은 하반기 한국경제 뇌관으로 부상 중이다. 정부 내각이 안정화되지 못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 한국은 무역전쟁으로 직접 위협을 받는 품목이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선박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모두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500억 달러 중국 수입품(수입품 중 10%)에 관세율 25%를 부과해서 중국산 수입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282억6000만 달러(약 31조원)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산업연구원 역시 우리나라 대중·대미 수출이 총 3억3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무역전쟁이 하반기 소비 위축으로 직결될 가능성에 대한 진단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기업 체감경기가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4개월 만에 꺾인 부분도 이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6일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 회의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정부는 이달 중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이후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구상이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개각 시기에는 정부 내부가 뒤숭숭하다. 장관 인선이 마무리돼야 조직인사도 원활하게 이뤄진다”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이후에 개각이 단행되면 9월까지 청문회 등으로 또다시 정책 집행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