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해양플랜트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2파전을 펼친다. 대우조선이 국내 해양플랜트 수주 침묵을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석유회사 셰브런이 발주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 '로즈뱅크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 대우조선과 싱가포르 셈코프마린이 최근 최종 후보로 남았다.
로즈뱅크 프로젝트는 영국 북해 셔틀랜드 군도에서 175㎞ 떨어진 해상 유전을 개발하는 내용으로, 규모는 약 20억 달러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올 들어 상선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좋은 수주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해양플랜트 수주가 전무한 상황이라 이번 프로젝트 수주가 절실하다. 대우조선은 2014년 이후 해양플랜트 일감을 한 건도 따내지 못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싱가포르에 번번이 패했다. 싱가포르 조선소가 방글라데시 노동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대폭 절감하고 저가 수주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근엔 중국 조선소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석유회사 BP가 올해 초 발주한 '또르뚜'(Tortue) 가스전 개발사업의 FPSO 입찰에서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중국 코스코(COSCO) 컨소시엄에 밀렸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번에도 일감을 뺏기면 시장 지배력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 3사는 해양플랜트 부문의 일감이 고갈돼가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8월부터 일감이 바닥난 해양공장의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처지다.
삼성중공업은 작년에 2건의 해양프로젝트를 수주해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그 후 1년간 수주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싱가포르의 셈코프 마린과 중국 조선소가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한국 조선소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를 독식하고 있다”며 “인건비가 3분의 1 수준인 싱가포르 업체와 가격 경쟁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