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승하면 전액 환불” 무리수 마케팅에 떨고 있는 中 기업

화디의 광고. "프랑스 우승, 전액 환불"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바이두]

“뛰는 화디(華帝)의 마케팅 위에 나는 프랑스 축구 대표팀이 있다.”

중국 언론은 '프랑스의 우승'을 걸고 거의 ‘도박’에 가까운 마케팅에 나선 중국 가전업체 화디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프랑스가 강호 아르헨티나를 꺾고 8강에 진출하고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화디의 주머니에서 거액이 나갈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가도 폭락했다. 

홍콩 봉황망(鳳凰網)은 5일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실력을 발휘하면 할수록 화디의 주가는 하락한다”며 “과도한 월드컵 마케팅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31일 화디는 중국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 등 다수의 신문에 '프랑스 월드컵 우승, 전액 환불’ 이라는 문구가 적힌 전면광고를 냈다. 화디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 국가대표 공식 후원사로 선정됐는데 이를 축하하고 대대적인 홍보효과를 얻으려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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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는 “프랑스 대표팀 공식 후원사인 화디는 6·18 쇼핑데이를 맞아 프랑스가 우승할 경우 지난 6월 1일부터 30일 오후 10시까지 화디가 지정한 ‘우승세트’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 구매액을 전액 환불해 주겠다”고 적혔다.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중국 상유신문(上游新聞)에 따르면 6월 18일 쇼핑데이 당일 화디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톈마오∙天猫)에서 6분만에 3000만 위안(약 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날 1시간 동안 번 돈이 지난해 총 매출과 맞먹을 정도로 '대박'을 친 것.

하지만 프랑스의 우승 확률이 높아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프랑스가 우승하면 화디의 손실액이 1억 위안(약 168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러다 올해 화디가 망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화디 지면 광고 [사진=바이두]

일단 화디 측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화디 관계자는 “이벤트 제품은 공기청정기∙식기세척기 등 4가지이며 가격은 4699~2499 위안”이라며 “개수가 한정돼 있고 환불 방법이 현금이 아닌 티몰전용 카드 충전금이기 때문에 회사의 손실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의 등장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바로 ‘주가 하락’이다. 지난달 30일 프랑스가 아르헨티나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하자 2일 증시 개장과 함께 화디의 주가는 폭락했다. 오후 2시께(현지시간) 주가가 다시 살아나는 듯 했으나 결국 전거래일(24.43위안) 대비 9.99% 하락한 21.99위안으로 마감했다.

이후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증시 급락 흐름까지 더해져 화디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지속했다. 프랑스와 우루과이의 8강전이 열리는 6일에도 전거래일 대비 4%가량 급락한 13위안대로 오전장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종가 24.42위안 대비 절반 수준으로 이는 단 5거래일 만에 주가가 50%가량 폭락했다는 의미다.  

낙폭이 커진 것은 포르투갈∙독일∙스페인 등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던 전통 강호가 줄줄이 탈락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프랑스의 우승 확률이 점점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중국 매체들은 “화디의 무리수가 결국 어떤 끝을 맺을지에 중국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며 “프랑스 대표팀 공식 후원사가 프랑스의 우승 실패를 바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