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폭탄관세 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면서 불똥이 상품(원자재) 시장으로 튀었다. '귀금속의 왕' 플래티넘(백금)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플래티넘은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많이 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플래티넘 선물가격은 지난 2일 5.2% 추락했다. 하루 낙폭이 7년 만에 가장 컸다. 마감가는 온스당 813.40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플래티넘이 약세장에 진입할 조짐은 뚜렷하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일주일간 플래티넘에 대한 숏(매도)베팅이 롱(매수)베팅보다 2만6168건 많았다. CFTC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선물·옵션시장에서 플래티넘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말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에서 자동차가 새로운 표적으로 부상한 게 악재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수입차에 폭탄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하자, 유럽연합(EU) 등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안 그래도 성장둔화에 빠진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폭탄관세로 자동차 값이 오르면 수요가 줄기 쉬워서다.
플래티넘은 디젤차를 비롯한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해로운 배기가스를 무해한 성분으로 바꿔주는 촉매장치(촉매변환기)로 가장 많이 쓴다. 연간 320만 온스로 전체 수요의 41%에 이른다. 이어 장신구 수요가 31%, 기타 산업 22%, 투자 6% 등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사태는 이미 플래티넘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플래티넘이 금보다 더 싸진 건 이미 오래된 얘기다. '플래티넘 카드'보다 '골드 카드'의 위상이 더 높아진 셈이다. 이 여파로 플래티넘 업계에서는 감원, 자산매각, 긴급 자금조달 등 비상조치가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