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관세' 위협에…글로벌 車업계 '현지생산' 가속

2018-07-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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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무역전쟁 피해 글로벌 생산서 현지생산으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어디든 현지화하는 게 합당하면, 지체없이 그렇게 하겠다."

올리버 블룸 포르쉐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그는 3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며 입을 열었다. 폭탄관세를 피해 세계화 대신 현지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가 글로벌 무역전쟁의 표적으로 떠올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수입차에도 폭탄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다. 중국은 이미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고, 유럽연합(EU) 등도 미국에 맞불을 놓을 태세다.

자동차회사들은 세계화를 통해 급성장했다. 곳곳의 생산거점에서 세계 각지로 자동차를 수출했다. 임금 등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들고, 큰 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생산거점 1순위로 삼았다. 미국에서 파는 자동차만 해도 절반이 멕시코, 일본, 유럽 등 외국에서 만들어 들여온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 5대 가운데 1대는 해외로 수출한다.

맥스 워버튼 번스타인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생산보다 세계화로 이익을 더 보는 산업은 거의 없다"며 "자동차산업은 부품 및 완성차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에 나선 주요국이 수입차에 폭탄관세를 매기면, 기존 글로벌 생산체제를 고수하기 어렵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입장이다. 미국 자동차제조업연맹(AAM)은 최근 미국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수입관세 25%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수입차 1대 가격이 평균 5800달러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 회사가 가격 경쟁력을 잃거나,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블룸 CEO의 말대로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폭탄관세를 피해 세계화 대신 현지화를 가속화할 태세다. 블룸은 포르쉐의 모회사인 폭스바겐그룹이 폭탄관세 등에 따른 변화와 요구에 적응할 최고 수준의 유연성과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폭탄관세의 표적이 되면 생산지를 옮길 수 있다는 경고다.

아른트 엘링호스트 에버코어ISI 선임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슬픈 사실은 관세를 물리면 생산지가 다른 곳으로 옮겨진다는 점"이라며 "국수주의 기조가 계속되면, 자동차를 파는 곳에서 더 많은 생산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더 큰 관세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오토바이 회사 할리데이비슨은 이미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 회사는 지난주에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폭탄관세에 대한 EU의 보복 조치를 피해 유럽 수출물량 생산지를 미국 밖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혀 트럼프를 발끈하게 했다. 

자동차업계가 이미 글로벌 생산에서 현지 또는 지역 생산체제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토요타의 경우, 일본은 물론 북미, 유럽 등지에서 직접 만들어 현지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비중이 전체의 3분의 2에 이른다. 

이언 헨리 오토토어낼러러시스 애널리스트는 "어느 정도는 자동차 회사들이 이미 지역에서 차를 만들고 있다"며 "토요타를 보면, 똑같은 차량이라도 유럽용은 유럽에서, 일본용은 일본에서 만든다"고 말했다.

폭스바겐도 판매시장 안에서 자동차를 직접 생산하는 비중이 50%나 된다. 폭스바겐 생산 부문 책임자이기도 한 블룸 CEO는 "자동차를 어디서 만들지 결정하는 데 있어 관세는 한 요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자동차 회사 BMW의 이언 로버트슨 선임 디렉터는 "우리는 매우 단순한 철학을 갖고 있다"며 "이상적인 생산공장은 가능한 한 고객과 가까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BMW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5'의 중국 내수용 차량을 2년 안에 현지에서 생산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생산시스템의 변화와 구조가 단순한 전기차의 부상도 생산지 이전 유연성을 높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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